만화에서 보는 것같이 ‘아~! 아주 멋진 저녁식사였구먼’ 하고 배를 똥똥 두드리는 그런 장면.
하루를 이렇게 잘 보내고 난 후 “아~! 아주 멋진 하루였구먼”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하루는 일년 동안 몇 번 반복될까.
좋은 하루도 나쁜 하루도 계속 반복된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피곤해 있고 지루해하며, 심지어는 지겨움을 느껴서 일탈하고픈 생각이 든다. 뭔가 다른 일상으로 침투해보고 싶어서 내가 진정 원하지 않아도 그 일들을 하게 된다. 막상 하게 되면 라면을 먹고 나서 심하게 자책하는 다이어터처럼, 죄책감과 묘하게 기분 나쁨을 경험하다가 자리에 눕는다. 그리고 눈을 감으면 악몽까지! 최악이다. 그거야말로 최악의 하루가 아닐까-
삶은 원하는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신기하게도 기묘한 시간에 마주쳐 결혼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오랜 시간 함께 했다 할지라도 원수가 되는 그런 친구들이 있다. 다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때”가 있다고 한다. 그 때를 아는 사람만이 ‘아 지금이군’ 하는 느낌을 알게 된다고 하니 그 때를 알아감이 사람에게 중요하다.
매번 낭만스럽고 기분좋은 하루가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때”는 하루하루의 중첩이다. 때는 그 즉시 오지 않고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하루가 쌓이고 쌓여서 매일 매일 세 장씩 읽으려고 피아노 위에 둔 성경책 위에 덮인 먼지와 같이 두터워졌을 그 시간에 “때” 가 작동된다.
그 때가 우리들에게 어떤 하루를 선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가 중첩되는 것은 최고의 순간을 말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정말 최악의 순간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카르마라 한다. 그 사람의 업보대로 응당한 결과가 오게 되기 때문에 “때”를 피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다만 성경책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듯 때 역시 털어버릴 순간이 오긴 온다. 바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때론 생각없이 놀았던 옛 어릴적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지금 당장 나에게 있는 부정적인 것들을 떼어놓기 -그리고 좋은 습관을 하나 들이기
이렇게 하면 신기하게도 때는 유보된다. 좋은 것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큰 복으로 다가올 것이고 안 좋은 것들은 공중에 흩어지는 먼지와 같이 사라진다고 한다.
악몽을 꾸기 싫다고 잠에 드는 것을 그만둔다면 현실에서 잠들어버린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최고여야 해!’ 하는 강박증이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날들 중에 정말 며칠을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쓰레기였던 하루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을 고쳐먹고 나니 하루는 억지로 이끌고 가야 하는 수레가 아니라 편리한 자동차와 같이 나를 ‘내일’로 데려다주는 소중한 탈것이 됐다.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고 한다면, 내일은 최악보단 덜 악한 하루를 보내면 되는 것이고, 그 다음날은 중간인 하루, 미래에는 더 나은 하루를 보내면 된다. 한 발자국 전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