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IN HIRN HAT SEINEN EIGENEN KOPF
이것은 과학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 보려는 시도입니다. 당신이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과학의 일부는 늘 세상의 수많은 지식들을 아주 작은 단편들로 간추려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려는 시도였기에. 늘 그래 왔고, 앞으로도 그러하겠지만, 우리의 뇌는 이 우주의 방대한 지식들을 있는 그대로 담기에는 너무나 작고도 미미한 존재이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에도 결코 상상의 나래를 멈추지 않기에.
- 발렌티노 브라이텐베르크 Valentino Braitenberg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인간의 삶과 우리의 상호작용을 뇌과학의 측면으로 풀어냈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지하고, 어떤 현상에 대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뇌과학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풀어낸 책은 읽는 즐거움이 있었다.
◎ 같은 것을 보고도 우리는 왜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가
"인지를 하는 순간, 뇌는 우리에게 전체 그림을 이루는 무질서한 정보들을 다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뇌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선별된 사항들만 제공합니다. 비록 여기서는 해석하는 순서가 거꾸로 되었지만 말이죠."
"대화하고, 토론하고, 함께 행동하고,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서로 소통하고 함께하는 것이 인간 활동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회적 공동생활이야말로 우리 뇌가 그리 쉽게 뒤지지 않을 진정한 전문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함께 소통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당신이 그때 받아들이는 감각 인상은 유일무이하며, 오직 당신에게만 독점적으로 주어집니다. 우리들 모두는 살아가는 동안 완전히 서로 다른 경험들을 쌓고, 이것들을 뇌에서 서로 다른 방법으로 서로 연결시킵니다."
"우리 모두는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 다른 경험을 합니다.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세상을 새로 인지하는 법을 배우고, 그렇기에 제각각 약간씩은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없다면 우리의 뇌는 세상 자체를 인지할 수 없습니다. 어린 아기로 태어나서 성인이 되는 긴 시간 동안 우리의 뇌는 색, 형태, 모습과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다양한 카테고리들로 나눠서 해석하는 법을 배웁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뇌는 이러한 경험들을 토대로 세상을 인지하는 법을 배우죠."
"그런데 우리의 뇌는 왜 이렇게 경험들을 비교하고 정리해야만 할까요? 그것은 바로 다른 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의 뇌가 발달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기 위해서니까요."
우리가 같은 것을 보고도 서로 다른 세상을 경험하는 이유는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어느 누구와도 정확히 똑같은 것을 맛보고,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일은 없는 것이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로가 제각각 다른 해석을 하기 때문이다.
◎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우리는 우리 모두가 익숙한 동작을 볼 때 다른 사람의 협동성이나 팀워크 성향을 더 잘 예측해 낼 수 있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참가자들은 자신과 비슷하게 행동한 사람을 더 협력적이라고 여겼습니다."
"남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는지를 우리 뇌는 자신이 내리는 평가에 포함시킵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들을 약간씩 다르게 지각하지만, 그 모든 차이들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사고가 작용하는 신경세포의 코드는 동일합니다. 또한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사고를 이해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언어와 관념의 코드도 대부분 서로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을 인지하고 이해할 수 있으며 서로 소통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인지하는가
"아기 시절의 우리는 '나'라거나 '자기 자신'이라는 개념을 조금도 떠올릴 수 없습니다. 아기들에게 세상은, 그들 자신을 중심으로 하는 하나의 거대한 단일체일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 곧 세상인 것이죠! 아기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제법 나이를 먹고, 제법 똑똑해져서야 비로소 세상 안에는 자신에게 속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세상이 '나'와 '그 밖의 모든 것들'로 나뉘어 있고, 자신의 '자아'말고도 또 다른 수많은 '자아들'이 더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인식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정신 능력의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일지도 모릅니다."
"뇌는 세상이 자아(나)와 수많은 상대(너)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에는 세밀하게 분류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나 이외에 너(상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부터 자신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우분투ubuntu'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내용입니다. 아프리카의 반투 언어로,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통해서만 사람이 된다'는 공동체 의식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뇌에게 자기 자신의 능동적인 동작은 자기 자신과 남을 구분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 원천이 되는 것이죠."
"이 장에서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에 의하면 자기 자신은 우리 몸과 뇌가 주변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공동으로 만들어 낸 구성물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나의 자아는 남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서 동일한 윤리적 척도를 유지할 때만 동일한 자아인 것입니다."
◎ 집단은 우리의 지각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가 동일한 종류의 경험을 많이 축적하고, 우리의 범주들과 더불어 생활한 시간이 오래될수록 뇌는 자신의 정리 체계에 더욱 완강하게 매달립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고, 보아야 하고, 어차피 늘 보는 것만 봅니다. 우리 뇌가 사실상 알 가치가 있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고 믿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죠."
"민족적 배경, 성별, 연령, 이 세가지 속성들은 우리 뇌가 첫눈에 지각하는 것으로 바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가장 강력하게 확정합니다."
"우리 뇌에는 다른 집단 출신의 사람들과 만날 때 '무해한' 것과 '잠재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분류할 때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치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불안과 거부감을 불러일으켜 어떤 위험도 감수하지 않으려 드는 것이죠."
◎ 돈, 권력, 종교는 우리를 어떻게 좌우하는가
"남을 평가하고 분류하는 법에 적응하게 된 우리의 뇌는 외부의 타인을 그 사람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어떠한 공동체에 속해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볼 때 늘 아주 작은 단면만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뇌는 이면의 풍부함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보이는 면만을 바탕으로 판단을 하죠. 왜냐하면 수없이 많은 정보가 난무하는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많지 않은 몇 가지 단서를 기반으로 신뢰성 있는 추측을 해 나갈 수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착각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뇌는 우리에게 보여지는 것을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도록 지시합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한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알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는 것만이, 그리고 뇌가 믿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뇌도 늘 속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렇다는 것을 알고 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가 다분히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우리 뇌의 판단 메커니즘이 이러하니 그것을 알고 스스로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 협력은 어떻게 생겨나며 언제 이용당하는가
"우리 이방인들을 그토록 이상하게 보이도록 하는 차이들을 자세히 보면 지엽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습니다. 피부색, 성별, 나이, 혈통, 종교, 교육은 결국 모두 겉으로 드러나는 자잘한 차이일 뿐이며, 우리 모두는 동일한 인간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팀들은 성공의 사다리 전체에 걸쳐 완전히 서로 달랐습니다. 그 방대한 데이터에서 단 한 가지 사실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팀이 어떻게 구성되든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죠. MIT천재도 로켓 기술자나 광적인 환경 보호론자도 어떤 집단을 성공적인 팀으로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누구를 팀원으로 뽑느냐는 성공이나 실패에서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누구를 뽑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팀원들이 협력하는가였습니다!"
"그 중 한 가지가 다른 모든 것을 능가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심리적 안정감'이라고 하는 요인이었습니다."
"협력, 그리고 팀워크는 우리가 마음 편하게 느끼고 신뢰하는 공동체 안에 있을 때 가장 잘 이루어집니다."
"이는 모든 문화와 국경을 초월해 통용됩니다. 사람은 겉으로 봤을 때 모두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우리 내면에서 우리를 기쁘고 슬프게 하는 것들은 모두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타고났으며, 똑같이 우리 모두는 사람입니다."
◎ 우리는 어떻게 자신과 남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하지만 모든 것이 진짜 세계에서와 거의 같이 돌아가면 뇌는 그 속임수를 순순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믿던 바들을 실제 현실 세계에서도 순순히 변화시켰습니다."
"여기서 우리 뇌는 그 가능성의 한계에까지 도달합니다. 뇌는 자존감, 내적인 태도, 심지어 통증의 느낌에도 놀라운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멋진 몸을 얻기 위해서는 상상만으로는 안 되고 계속해서 근육을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인 위에 공동체를, '나' 위에 '우리'라는 가치를 세운 것이죠. 어떠한 것에 대한 믿음은 이렇게 나 자신이라는 개인의 한계를 초월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뇌를 사용해 생각을 할 때면 우리는 거의 언제나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행동할지, 느낄지, 말할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들은 늘 모두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배웁니다. 그리고 우리는 언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까요? 결코 혼자일 때가 아닙니다. 행복함을 느낄 때는 대부분 우리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입니다. 이렇게 돌려 보고 저렇게 돌려보아도 우리들에게, 우리의 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입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기본적인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는 한 말입니다.) 지능이 중요한 것도, 교육이 중요한 것도, 정치나 종교가 중요한 것도 아닙니다. 오래도록 행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늘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우리 뇌를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다른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뇌는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를 나누기 위해 진화했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모두 사회적인 뇌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입니다."
도서정보 : 뇌 속에 또 다른 뇌가 있다(장동선 지음/염정용 옮김/아르테/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