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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 차의 내가 걸어온, 그리고 걸어가는 길


현재의 직장에 입사를 하고 벌써 8년 차가 되었다. 그전의 직장생활까지 포함하면 만 10년을 거의 다 채워간다. 졸업반으로 취업 준비를 하던 그때가 아직도 선하게 그려지는데 벌써 직장생활을 10년 가까이하고 있다니 …, 생각할수록 신기하다. 첫 취업, 퇴직, 수험생활, 재취업, 결혼 …, 그 사이 나도 대부분의 우리들처럼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들을 겪었고, 지금도 삶의 현장에서 나만의 인생 일기를 써가고 있다.


처음 직장이란 곳에서 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한다는 것, 그것은 학생으로서 장학금을 받으며, 고군분투 노력했던 지난날에 대한 보상이었다. 살아가기 위해 취업을 선택해야만 했던 그 시절의 굴레에서 벗어나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실천할 수 있는 기반을 나는 첫 직장에서 자유롭게 닦을 수 있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오직 전공 공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한숨을 돌리며, 주변에 시선을 돌릴 수 있었던 시절, 그때가 내가 첫 직장을 다니던 그때였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뛰어난 학점을 만들었건만 장례라는 사회의 소수직종에 속한 나의 직업은 그 직업인을 양산하는 학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노동자로서 나라가 만들어 놓은 법의 적용을 온전히 받으며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정규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업계의 현실 속에서 그나마 다른 곳보다는 낫다는 직장의 계약직으로 나의 첫 직장생활은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약직 노동자의 삶, 그와 연관된 사회의 부조리 …, 이런 것들이 어느 순간, 피부로 와 닿기 시작했다.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는 화목했지만 구조적으로 불평등하게 설계된 직장의 이런저런 모습들은 마주하기가 불편했다.   


눈에 거슬리는 것이 많을수록 공부에 대한 갈망은 더해졌다. 내가 좀 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면, 좀 더 힘이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 힘과 영향력만큼 세상을 바꿀 수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그리고 시작한 법학 공부, 나는 이걸로 끝장을 보고 싶었다. 막연했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해서 검사가 되고, 그걸 발판으로 정계에 진출하면 세상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작한 수험생활은 쉽지 않았다.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시작한 당찬 도전은 새삼 처음 느껴보는 자괴감 속에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열정 하나면 충분하다 생각했던 내 삶에 냉철한 자기 인식, 신중함 …, 열정 이외의 심리적 자원들이 왜 필요한지를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스스로 선택하고 계획했던 수험생활이라는 인생의 과정을 통해 내가 천재가 아니라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스러운 한 인간일 뿐이라는 나의 민낯을 완전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사법시험 최단기 합격! 이것은 나의 속도에서는 어려운 목표였다. 나에게는 체계적으로 목표를 달성해나갈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고, 경제적인 압박 등을 벗어날 안정감이 절실했다.


서른의 언저리에서 나는 나의 인생의 진로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 나는 때마침 나온 장례 분야의 공공기관 정규직 자리로 재취업에 성공하게 되었다. 계약직, 무기계약직 …, 이러한 근로 형태들이 아닌 장례 분야에서 유례가 없었던 새로운 부분의 공공기관 정규 일반직으로 재취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세상을 향한 포부가 있으나 그 포부를 실현하기에는 미약했던 나에게 재취업은 다시 나를 재정비하고, 나 자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져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비록 신입사원이라는 위치로 인해 많은 부분에서 회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인생을 살고자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은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사법시험은 접게 되었다. 그리고 희망을 이루고, 희망을 전달하며, 희망을 심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나의 포부는 글쓰기를 통해 구체화해야겠다는 새로운 다짐으로 변화되었다. 먼 미래의 쥐게 될 수 있을지 모르는 권력이 아니라 저술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그 뜻을 실현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인생의 사명을 나는 그때 얻었다.


인생의 사명을 얻음으로써 나는 자기 삶의 모든 부분이 회사와 연관되며, 회사에 모든 것을 바치는 직장인으로 살지 않게 되었다. 그보다는 인생 전체를 관통한 진짜 자기 길을 걸어가는 직업인으로 살게 되었다. 맡은 바 직무에는 충실하지만 근무평가와 같은 회사의 평가에서는 자유로워졌다. 승진과 포상을 노리며,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내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엄정한 내 안의 내부 평가가 나를 이끄는 토대가 되었다. 비록 회사는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시험하는 나름의 잣대를 가지고 계속해서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평가를 웃어넘기며,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경쟁을 초월한 나의 직장생활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조금 늦은 승진과 포상의 경험도 겪을 수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직장생활 10년 차가 된 지금, 나는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장례지도사로 직장생활을 하며, 글을 쓰는 작가로서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직업인으로서 경험한 인생의 순간들에서 얻은 깨달음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에서 다가간 철학적 사유들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을 떠나 타국 땅에서 최선을 다해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을 살아가는 아내와 함께한 삶의 순간들을 글로 기록하고 있다. 진짜 내 인생을 살고, 그 삶을 글로써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의 나는 변함없이 쓸 것이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서의 삶을 쓸 것이고, 직장과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깨달은 수많은 결과물들을 글로써 풀어낼 것이다. 신실한 태도로 온전하게 세상을 글로 담는 진실된 작가가 될 것이다. 그것이 내가 걸어가는 나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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