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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박람회에서 '단칸방 육아'를 준비하며

아내와 일산의 킨텍스에 갔다. 지난번 육아 박람회 참가 이후, 약 2달 정도 지나 우리는 다시 킨텍스로 향했다. 이번 육아 박람회에서는 눈에 들어오는 육아용품들이 제법 많았다. 아내의 배가 불러오면서 본격적인 육아의 시기도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했는지 박람회 현장을 누비는 우리 부부의 눈빛도 빛나고 있었다.


육아 박람회 현장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육아와 관련된 모든 것이 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다양한 상품이 있었다. 아기들의 젖병, 유모차, 카시트 등과 같은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생전 본 적 없는 독특한 물품들도 구경할 수 있었다.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꼭 사야 할 것만 같았다.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고 해야 할까! 육아의 상황이 실제적으로 묘사된 진열 상품들은 출산 후 벌어질 육아 전쟁을 승리로 이끌 효과적인 무기로 보였다. 그리고 가격이 저렴했다. 유명한 브랜드의 질 좋은 제품들을 박람회에서는 많이 할인된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육아 용품이 마음에 들고 싸다고 해서 관심이 있는 모든 것을 살 수는 없었다. '단칸방 육아'라는 공간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기 침대, 유모차, 아기띠, 아기 장난감 등 사고 싶은 것을 모두 사면 단칸방에서 우리가 몸을 누일 공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당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사도 그것들을 집 안에 들임으로써 통행의 불편과 같은 공간 부족의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사야만 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육아 물품의 리스트를 최소화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유모차와 아기띠 모두를 구매하려고 했었지만 유모차는 나중으로 미루고 아기띠만 구매했다. 또한, 아기침대와 아기 욕조를 다 사고 싶었지만 아기 침대는 포기하고 아기 욕조만 구입했다. 그래야 식구 모두가 단칸방에서 누워서 잘 수 있었다.


결국, 슬링(신생아 아기띠)을 서비스로 주는 아기띠와 아기 욕조 그리고 아내의 수유에 도움을 줄 속옷 몇 개와 작은 수유등만 샀다. 가슴 한구석에서 끓어오르는 소비의 욕망은 현실적 사고라는 장벽 앞에서 그렇게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OO 브랜드의 유모차를 이 가격에 살 수 있다니!'라는 생각은 현실이란 자각 앞에서 부질없는 환상이 되어 버렸다.


근데 이런 상황이 결과적으로 장점도 있었다. 그것은 '육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만을 구입하다 보니 돈을 많이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칫 충동적 구매로 이어지고 과소비를 할 수 있는 위험을 '단칸방 육아'라는 현실적 자각이 막아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아이에게 더 많을 것을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이 현실적 자각과 충돌했기에 괴로웠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이를 위한 물품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면서도 부모로서 더 잘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슬펐다. '기쁘지만 슬프다고 해야 하나...' 딱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좋은데 슬프고, 행복한데 우울하고..., 서로 같이 있다는 것 자체가 어색한 복잡한 감정을 나는 그때의 박람회장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빠가 되었기에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붙들고 있는 것이 불편한 복합적인 감정들이 절절하게 내 몸을 파고들었다.


지금은 부모의 선택에 의해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단칸방 생활을 해야 하는 딸아이지만, 아이가 자라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생활을 해야 할 때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자신의 의지대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아빠가 되어야겠다고 그때 난 다짐을 했다. 아내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딸아이의 삶에 나라는 존재가 튼튼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다부지게 살아야겠다고 그때의 나는 그렇게 다짐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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