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토끼와 산토끼들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390일 차 2025년 4월 22일


집토끼와 산토끼들


결정사 창업 초기, 승승장구했다.

축배를 들면서도 그러나 께름칙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주먹구구식이었다.

표준도, 기준도 없었다.

그 무렵 인터넷이란 새로운 존재가

나타났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머지않아 세상의 틀 자체가 뒤바뀌리라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신기술에는 문외한이었지만 큰 흐름을

캐치해 내는 감각으로 IT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고생길은 그렇게 열렸다.

길어야 몇 해를 예상했는데 27년이 걸렸다.


십중팔구는 중도포기하거나

좌절했을 세월이다.

굿올드데이로 돌아가고픈 유혹을

뿌리치며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그리고 마침내 글로벌 서비스가 가능한 시스템의 기초를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바로 내수시장이다.

산토끼를 쫓느라 집토끼를 돌보는데

소홀했다.

사람을 갈아 넣는다는 표현이 딱 맞는

원시적 결정사들은 그 사이 외려

덩치를 더 키워버렸다.


한국을 잊거나 포기한 적은 없다.


구태에서 벗어나 맑고 투명한새

판을 짜려고 무진 애를 썼을 따름이다.

뒷골목이 아닌 대로에서 경쟁하겠다는 신념으로 당장의 이익을 외면했다.

더뎌도 대의는 결국 이긴다.

소탐 하면 대실 한다.

나의 확신이 옳았다는 판정이 난다면, 국

내 결정사들 간의 경쟁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 것이다.

경험한 적 없는 무대, 아니 링에서 정답,

아니 정의를 건 대전을 치르게 될 것이다.


첨단 인텔리전트 빌딩 대 꼬마빌딩

무리의 싸움이다.

가공할 위력을 갖춘 ‘죽음의 백조’가 재래식 프로펠러 전투기 집단을 상대하는 형국이다.


종로 3가 사거리, 피카디리와 단성사 그리고 서울극장이 있던 곳, 먼저 가버린 동생 택진이의 일터였던 조흥은행 지점을

마주 보는 옥탑에 광고판을 건다.

가로 16m 세로 6m짜리 대형이다.

5월 1일 모습을 드러낸다.

산토끼를 잡으려다가 집토끼를 놓친다는 훈수는 사양한다.

글로벌 산토끼와 도메스틱 집토끼, 둘 다 귀하게 모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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