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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그늘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55일 차 2024년 8월 29일


인연의 그늘


성인이 된 이래 남에게 부탁을 거의 하지 않았다.


주로 부탁을 받는 위치에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20대부터 현재까지 맺은 무수한 인연들 대부분의 공통점이다.

온갖 청탁들을 최선을 다해 들어주고자 애썼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대개 끝이 안 좋다.


처가 쪽 지인들을 참 많이도 입사시켰었다.

우리 회사 멤버로 수용한 이후부터는 타 직원들과 똑같이 공평하게 대했다.

바로 이게 불만이다.

막연한 특권의식, 정확히는 안일과 나태로 인해 불협화음이 빚어졌다.

밑바닥부터 치고 올라가는 회사에서 그런 편법이 통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 회사의 대표가 자수성가에 목숨을 건 나 이웅진인데?

처가 쪽으로 이런저런 말이 옮겨졌고, 당대는 물론 조카 세대 사이에서도 내 인기가 높을 리 없는 이유다.


집안이 이럴진대 남남은 더 심하다.

취직은 물론 선물과 금전적 지원 등으로 돕고 또 도왔건만 번번이 뒤통수를 맞는다.

다들 내 맘 같으려니, 부질없는 기대를 건 듯하다.


오늘도 한 대 맞았다.

오랜 기간 존경해 온 분한테 당하니 더 아프다.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면서 인허가 등으로 관을 상대하게 됐다.

당연히 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런데 이 분이 혀를 차며 제동을 건다.


그런 식으로 1차 관문을 통과한다 해도 이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리스크와 화가 한꺼번에 몰려올 것이 뻔하다.

재앙을 자초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까지, 바로 이 지점에서 끊었다.

동시에 그분의 장밋빛 구상도 빛을 잃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그분에게 전화했다.

폰 너머로도 싸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나는 단호해야 했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운동을 하는데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나만 이런가, 다른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일까.... 나도 이제는 좀 받고 싶다.

기브 말고 테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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