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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한다고 그릇도 클까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56일 차 2024년 8월 30일


큰일 한다고 그릇도 클까


오늘도 매칭시스템 고도화 로직을 열공했다.

이 세상 나 아니면 할 수 없는

영역으로 더욱 깊이 들어갔다.

온갖 디테일들, 사이트 메뉴 구성, 콘텐츠 하나하나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정리해시스템에 반영해야 한다.


잠시 뉴스를 체크하면 온통 큰일하는 유명인들 소식이다.

주눅이 든다.


내 일상은 참 자잘한 것 같다.

새벽부터 커플매니저의 하소연을 듣고, 멀리서 찾아온 회원 부모와 상담하고, 집안일에 신경 안 쓴다고 토라지는 아내를 달래고... 상대적으로 모양이 빠진다.

내 깜냥이 이 정도인가 보다.

장관직을 맡겨도 잘할 것이라는 공치사도 듣긴 하지만, 어쨌든 헛헛하다.


물론 나는 준비된 사람이다.

인사, 행정, 조직력, 추진력, 판단력, 감수성 등등 리더의 자질을 함양하려 나름 노력해 왔다.

그럼에도 언제나처럼 작은 일들에 매달릴 것이다.

개미가 둑을 무너뜨리고, 새가 비행기를 떨어뜨린다.


도도한 강줄기를 보며 물 한 방울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필요한 나사나 못은 없다.


특히 IT 분야에서는 일부러라도 쫄보가 되어야 한다.

사실상 ICT기업에 가까운 우리 회사에서 대범 무쌍한 상남자 코스프레를 한다?

시스템을 다운시키는 버그나 다름없다!


범사에 감사하다.

역량을 갖추고도 기회를 잡지 못해 무대에서 사라진 비운의 실력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고맙게도 나는 스스로 선택한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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