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방간 없애듯

by 이웅진

Tour.com & Couple.net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160일 차 2024년 9월 3일


정화수 떠놓듯, 지방간 없애듯


일이 곧 짜증인 시절이 있었다.

남이 아닌 나와 우리의 업무를 신경질로 도배하다시피 했다.

당시를 겪은 직원들은 항상 화가 나 있는 사람으로 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때는 나만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후 유사한 얼굴들을 몇 번 봤다.

술을 즐긴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하나같이 지방간을 달고 사는 이들이다.

몸이 피곤하니 조금이라도 성에 안 차면 성질부터 부린다.

대업을 이룰 수 없는 캐릭터다.

나는 그 상태에서 벗어났다.

10여 년 전의 앵그리 이웅진은 이제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최근 건강검진 결과 지방간이 나오지 않았다.

쌓였다가 사라졌다.

건강한 신체가 건전한 정신을 찾아준 셈이다.

반대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도 맞다.

예상치 못한 돌발사태와 변수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통감했다.

그 와중에 수도하는 심정으로 정신력을 키우며 평정과 안정을 유지하기에 이르렀다.

내면의 평화가 얼굴과 언행에 드러나는 분노를 잠재우고 있다.


이전보다 일이 많다.

과거였다면 머리가 터져 널브러졌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다 포용한다.

사방팔방의 시냇물을 받아들이는 강물이 되어 저 넓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오늘 전산팀과 호흡이 잘 맞지 않았다.

목소리를 높여 질책하지 않았다.

여러분 없이도 진행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업무추진에 자신감이 더 붙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명이 다했을 때 나는 굶어 죽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