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백은 나

by 이웅진

Couple.net by SUNOO

즐기면서 나스닥으로 가는 길

1692일 차 2026년 2월 19일(목)


나의 백은 나


10여 년 전 한국일보 장인철 논설위원, 기자 몇 분과 식사를 했다.

당시 장 부장이 나더러 “야전형”이라고 하더라.

그때는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좀 이해가 된다.

나는 백이 없다.

혈연, 지연, 학연, 그 무엇에도 기대지 않았다.

아니, 비빌 언덕 자체가 없다.

사업에 필요하다는 인맥이나 네트워크에서 열외나 다름없다.


정릉4동 산골짜기 출신에다가 공부도 못했다.

두 번 전학하며 초등학교를 마쳤고, 대학은 검정고시로 들어간 늦깎이다.

백이 있을 수 없는 스펙이다.

게다가 결혼정보회사의 데이팅서비스는 경제산업계에서 비주류로 치부된다.

롤모델로 삼을 사람도,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다.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적수공권, 맨발의 청춘, 맨땅에 헤딩이다.

나이를 먹으니 이런 환경이 오히려 낫다.

운칠기삼은 꿈도 꾸지 않게 단련됐다.

실력이 7, 운이 있다면 3, 나는 운삼기칠이다.


더욱이 글로벌로 시야를 확장한 상황이다.

한국을 벗어나면 너도나도 四顧無親, 사방을 둘러봐도 친할 이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에 뿌리내린 재택근무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형편 덕분이다.

연줄을 찾아다니지 않고 집에 앉은 채 해외를 종횡무진하기에 이르렀다.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나 자신이 됐다.

고통 앞에서 자책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다독이는 self-compassion을 터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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