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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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크면 무얼 하고 싶은데?”
신이나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버스에 타서 손잡이를 잡고 싶어.”
소박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키가 커지면 다시는 의자에 앉을 기회가 사라진다. 손잡이를 잡지 못하는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꺾을 수 없었기에 말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형처럼 높은 농구대에서 농구 할 거야.”
“지금도 1미터 농구대에서 할 수 있지 않아?”
“더 높은 데서 해야 더 멋지지!”
“내가 해 봤는데, 높은 농구대도 낮은 농구대랑 똑같아.”
“형은 하나도 몰라.”
방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동생은 내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 또는 자기가 생각하고 희망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었다. 얼마 전 대학교에 다니는 동기 중에 이미 생일이 지나서 키가 커버린 친구들이 있다고 들려줬다. 두 배나 더 큰 친구를 한참 동안 올려다보면서 이야기하느라 고개가 아팠다고 했다.
집에는 1미터인 동생이 닿을 수 있도록 이동식 계단과 전자식 선반이 있다. 냉장고와 냉동고는 가로로 연결되어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도 옆으로 나란히 붙어있다. 버튼을 누르면 모든 물건은 동생의 키 높이에 맞춰 내려온다. 그리고 내가 사용할 때는 다시 버튼을 눌러서 내 높이에 맞춰 사용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내가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2미터 키에 맞춰져 있다고 생각하는 건 동생의 일방적인 생각이다. 나와 동생이 함께 사용하던 때는 모든 것이 우리에게 맞춰 있다고 여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