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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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만 지나면 키가 자란다.”
기쁨에 찬 목소리로 동생이 말했다. 키가 큰다고 키 빼고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도 동생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마냥 싱글벙글 웃기만 한다. 생각해 보면 나도 그랬던 거 같긴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땐 왜 그리 심각했었나 싶다.
우리 마을은 키가 큰 어른과 키가 작은 어린이가 살고 있다. 물론 아이들이라고 하기에는 청소년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부르는 구분이 명확하지는 않다. 태어나서 1살이 되면 키가 1미터로 커지고 스무 살까지 더 자라지 않는다. 그러다 스무 살이 되는 생일날이 지나면 어른들처럼 똑같이 키가 2미터가 된다. 누구도 생체 성장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다.
“키가 크면 무얼 하고 싶은데?”
신이나 있는 동생에게 물었다.
“버스에 타서 손잡이를 잡고 싶어.”
소박한 소망이었다. 하지만 키가 커지면 다시는 의자에 앉을 기회가 사라진다. 손잡이를 잡지 못하는 키가 작은 아이들을 위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알려주고 싶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꺾을 수 없었기에 말해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