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무급휴가 한달을 가라고?!

by 썬파워


어느날 갑자기 대표의 호출을 받았다.

매번 미팅을 할때마다 새로운 기획업무가 느닷없이 떨어지기때문에

또 새로운 아이템이 생겼나 싶었다.


'다음달 무급 휴가 한달'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지금은 12월이고 곧 연말이다.

그런데 1월부터 무급 휴가 한달이라니?!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는 얼굴과 말투였지만

이건 다른 선택옵션이 없었다.


표현만 다를뿐

결국 명령이다.

갑이 을에게 내리는 것.


곧 모든 직원들과 개인면담을 할꺼란다.

모두에게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할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할지는

각자의 몫이겠지.


'참, 절묘한 타이밍이구나'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랍지도 않았다.

마치 오래전부터 헤어질것을 예감한 연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느낌처럼

덤덤하면서도 시원섭섭한 느낌이랄까.

첫 몇시간은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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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참 인생은 한치앞도 알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로부터 '무급 휴가 한달'이라는 통보를 받은건

무인카페 오픈을 위한 상가 계약을 한지 딱 이틀뒤였다.


현직장을 그만두고 무인카페 사장이 되려고 창업을 한것이 아니라

현직장을 다니면서 미래를 천천히 준비하기 위한 옵션이었는데

졸지에 무인카페 창업이 메인잡이 되어버렸네.


만약 무인카페 상가 계약을 고민하던중에

회사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았다면

상가 임대차 계약을 포기했을것이다.


우리부부의 연봉을 믿고

실거주갈아타기를 무리해서 가려고 했었는데

만약 원래 계획대로 1월에 이사를 하게 됐다면

당장 매월 대출금을 어떻게 충당했을까?


무인카페 상가 임대차 계약직전

수도권 아파트 갭투자를 위해 네고를 시도했는데

집주인이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계약을 하고

이틀 뒤 회사로부터 이런 통보를 받았다면

나는 어떤 상황에 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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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주간의 과정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면

적당히 감당할수 있도록

누군가 내뒤에서 강도 조절을 해준 느낌이다.


완전히 좌절하지 않도록

새로운 도전은 할수 있도록 기회는 열어주고

무리한 선택은 하지 않도록 차단을 시켜준 느낌.


그 덕분에 나는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도

크게 절망하지 않을수 있었고

지금의 순간이 삶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라는걸 깨닫는다.


'모든 건 다 때가 있다'


이사는 지금 때가 아니었구나.

투자도 지금 때가 아니었나봐.

지금은 새로운 시작을 할 타이밍이었네.

인생이 나에게 그렇게 결과로 가르쳐준다.


이제는 내가 답할 차례.


회사의 한달 무급휴가는 보장할 수 없음을

행간 사이에 숨겨진 뜻을 읽는다.


한달이 아니라 두달, 세달이 될수도 있겠구나.

다음달 월급뿐만 아니라 퇴직금도 나오기 어렵겠구나.

엑시트할 순서 1번표를 뽑아야겠구나.


그렇게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나는 권고사직을 요청했다.

그리고 퇴사일로부터

14일이내에 정산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노동부에 신고를 하기로 결심했다.


여러모로 회사가 괘씸하다.

최근까지만 해도 새로운 아이템을 위한 기획,

광고집행, 신규 채널 발굴 등 경영의 이상징후는 없었다.


힘들었지만, 충원되지 않는

팀원 역할뿐만 아니라

다른부서의 업무까지 떠안았다.


경기에 따라 매출이 영향을 받았지만

갑자기 무급 휴가를 보낼정도로

회사의 경영난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았다.


매번 독단적으로 신규 사업을 확장할때마다

그걸 모두 구체화시키고 실행시키는 실무는

착오없이 진행하였다.


사업이 어려워져 회사 규모를 축소해야 했다면

미리 움직였어야 했고

직원들에게도 최소한 3개월의 준비시간은

줘야 하는게 아닐까?


당장 다음달 급여도 못줄수 있다는건

모든 직원들의 생계와 가족들까지

함께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인가!


심지어 다음달 급여일이

2주도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고

회사만 믿고 오늘을 맞았다면

불안감을 가득 안고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았을테지.


하지만 난 그 어느때보다

설레임이 가득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두려움이 설레임에 잠식당했다.


회사는 똥통에 빠져 허우적 거리겠지만

나를 퇴사시켜준덕분에

나는 멋진 2025년을 보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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