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나에게 기대기로 했다

티모닝 909일째의 기록

by 썬파워이쌤

무너진 삶 위에서

913일 전, 2023년 1월 15일. 나는 다시 태어나기로 결심했다.

나는 늘 강한 사람이었다. 혼자서도 뭐든 해내며,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이혼이라는 삶의 무너짐 앞에서, 그 단단하던 나도 속수무책이었다.

무너진 삶 위에서 나는 '기댈 곳'을 찾아 계속해서 바깥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누군가가, 무언가가 나를 안아주고, 다정하게 괜찮다고 말해주기를 바랐다.

나는 사람들을 참 좋아했다. 늘 진심이었고, 순수하게 모든 것을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언제나 상처뿐이었다. 믿었던 사람들에게서,

기대고 싶었던 자리에서 상처를 받고, 외면당하고, 그럴수록 나 스스로가 더 초라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음을 내줄수록 외로워졌고, 의지할수록 더 깊이 부서져갔다.

그럼에도 세상밖에는 늘 강한 사람처럼 보여졌다....


눈물 속에서 찾은 여백

그리고 지난 주말부터 나는 매일 울었다. 감정을 써내려가고, 노트 위에 마음을 쏟아내며,

필사로 숨을 고르고, 그 사이사이 흐르는 눈물을 가만히 받아냈다.

울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아직 내 안에는 무너져 내린 마음을 껴안아줄 여백이 남아 있었으니까.

새벽기상 909일째 되는 오늘 아침. 유난히 더 일찍 눈이 떠졌다. 마치 마음 깊은 곳에서

"이제 그만, 너를 좀 안아줘야 해" 속삭이는 것 같았다.


루비빛 찻잔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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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같은 자리 거실테이블에 앉아, 차 한 잔을 우려냈다.

프랑스 홍차 브랜드 쿠스미티, 그 중에서도 루비빛 허브 블렌드인 아쿠아로사.

히비스커스의 산미와 붉은 과일의 향이 부드럽게 퍼지는 찻물.

찻잔 너머로 빛나는 그 루비빛이 어쩐지 오늘의 내 마음 같았다.

조금은 투명하고, 조금은 여린… 그렇지만 분명 살아 숨 쉬는, 나.

그 순간 문득 가슴 깊이 내려앉은 문장이 있었다.


"나는 내가 필요했구나."
"나는 나에게 기대고 싶었구나."


그 소녀에게, 그 여인에게

나는 기억했다. 18살,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상 앞에 나를 내보였던 그 반짝이던 소녀.

그 아이에게,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14년 전, 좋은 직장을 내려놓고 '교육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믿음 하나로

'썜'이라는 이름을 선택했던 나에게도 마음 깊이 미안했다.

그렇게 고귀하고 뜨겁게 살아왔던 나를 내가 제일 몰라주었던 것 같아서.


오늘의 다짐

사람들의 인정을 위해 나를 굽히기보다, 나의 진심을 위해 나를 세우겠다.

누구에게 기대기보다, 내가 나에게 가장 따뜻한 기댈 곳이 되어주겠다.

그 소녀의 손을 잡고, 그 여인의 등을 토닥이며,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괜찮아, 그동안 참 잘해왔어. 이제는 내가 너의 편이 되어줄게."



"당신도 혹시, 오래도록 당신 자신을 안아주지 못했나요?

이 글이 당신의 베란다 한켠, 루비빛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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