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책들

문유석, '쾌락 독서'를 읽고

by 비니

문유석 작가의 ‘쾌락 독서’(문학동네)는 작가에게 영향을 주었던 책들과 자신의 책읽기에 대해서 쓴 책이다. 이 책을 읽어 나가다 보니 작가와 동시대를 살아서인지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세계명작전집을 읽은 경험이나 만화를 좋아했던 것하며 이문열과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했던 것 등이 그렇다.


이 책의 처음은 ‘어린 시절의 책 읽기’로 시작되는데 이 부분을 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초등학교(예전에는 ‘국민학교’라고 했다.)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밖에서 뛰어 놀았지만 타고난 몸치인 나는 줄넘기나 고무줄 놀이, 땅 따먹기 등 몸을 움직이는 놀이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골목길에서 놀기보다는 집에서 책 읽는 것을 더 좋아했다.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초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일 때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 집에 놀러가서 처음 보게 된 총천연색의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피터 팬’, ‘아기 사슴 밤비’ 등의 디즈니 책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몇 번이나 같은 책을 빌려 읽으면서도 하나도 지루하거나 지겹지 않았고, 예쁘고 재미있는 책들을 가지고 있던 그 친구가 정말이지 너무나 부러웠다.


초등학교 4학년 때는 같은 반 친구네 집에 있던 계몽사(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에서 나온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을 열심히 빌려 읽었고, 아빠가 가끔 책을 빌려 오시거나 사오시면 밤을 새면서 읽었다. 부모님이 학교 가야 되니까 그만 자라고 하시면 자는 척 했다가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몰래 일어나 끝까지 읽고 잔 적도 있다. 그 때 읽었던 책들 중에서 지금도 기억나는 건 '작은 아씨들', '소공녀', '소공자', '알프스의 소녀', '톰 소여의 모험', '아라비안 나이트', ‘빨강머리 앤’, ‘프란다스의 개’, '왕자와 거지' 등이다. 책 중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여러 번 읽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더 커서는 용돈을 받으면 서점으로 달려갔고, 어느 출판사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전집으로 나온 소설을 한 권씩 사서 읽었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서 제목이 생각나는 건 '오 헨리 단편집',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키다리 아저씨', ‘주홍 글씨’, ‘80일간의 세계 일주’,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등이다.


백과사전도 열심히 읽었다. 아빠가 아는 분한테 월부(지금의 '할부' 개념이다.)로 백과사전 세트를 사셨다. 특히 문학 관련 내용이 실린 사전을 보면서 작품 내용이나 작가 소개 등을 읽는 게 재미있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한국단편문학(역시 전집이었고 우리 집에 있었다.)을 틈만 나면 읽었다.


내 독서 편력에 만화를 빠뜨릴 순 없다.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 어린이 대상 잡지를 매달 사서 거기에 실린 글과 만화를 읽었고, 잡지가 나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한 번은 엄마가 외출하시면서 집을 보라고 하셨는데 대답만 하고는 만화가게에 가서 만화를 보다가 얼마 안 되어 나를 찾으러 온 엄마에게 끌려가느라 만화를 다 보지 못해 아쉬워했던 기억도 난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순정 만화에 푹 빠졌다. '유리의 성', '유리가면', '베르사이유의 장미', '캔디 캔디', '불새의 늪',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 ‘백조’ 등을 보던 때가 그립다. 특히 권현수라는 만화가의 작품을 좋아했다. 그림체가 귀여운데다가 내용도 밝은 하이틴 로맨스물이어서 더 좋아한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중간고사 때 일이다. 동생이 만화책을 몇 권 빌려 왔는데 너무 읽고 싶어서 몰래 보다가 동생에게 들켰고 부모님까지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공부를 시작했지만 집중할 수 없었고, 부모님이 잠드신 걸 확인한 후에 끝까지 보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 공부를 했다.


우리나라 소설가 중에서는 이문열의 작품('사람의 아들', 젊은 날의 초상 등)을 열심히 읽었고, '태백산맥', '지리산' 같은 대하소설도 재미있게 읽었다. 외국 소설 중에서는 모파상 단편집과 '어린 왕자'가 내 인생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책들이 나와 함께 했고, 그 책들 덕분에 즐겁고 행복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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