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느라 탑승한 버스에서 그날 하루 동안 내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은 무던하고 친절했다. 그런데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먼저 내릴 때 자신이 마신 음료 컵을 그대로 두고 가버렸다. 왠지 두고 내릴 것 같은 낌새가 느껴져 불안했던 예감이 맞았다. 결국 내가 내 음료컵까지 두 개를 다 가지고 버스를 내렸다. 컵 하나 치우는 게 그리 큰 일은 아니지만 짐이 많아 번거롭고 짜증도 났다.
그 사람은 좌석 등받이 컵홀더에 꽂혀 있던 컵을 정말 못 보고 내린 걸까, 아니면 가지고 내릴 생각을 아예 안 한 걸까. 어제 있었던 이 일을 아직도 떠올리는 나는 속이 좁은 사람일까. 내리는 게 급해도 자기가 마신 음료 컵은 본인이 처리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뒤처리를 제대로 안 하고 가버린 그 사람은 다시 만날 확률이 거의 없지만 혹시라도 우연히 만나게 되면 왠지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