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던 엄마의 퇴원 날에 목격한 일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병원으로 들어가려 하자 병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남녀 직원이 할아버지를 제지했다.
“마스크를 쓰셔야 들어가실 수 있어요.”
“마스크가 없는데...”
“마스크 안 쓰시면 못 들어가시니까 그러면 저쪽에 있는 약국에 가보세요.”
할아버지는 직원들의 말을 듣고 나와서 서성이더니 갑자기 병원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고, 놀란 직원들이 뛰어가 할아버지를 만류했다.
할아버지는 돌아 나오면서 언짢은 표정으로 여자 직원을 계속 노려 보더니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딱딱하게 해.” 이렇게 쏘아 부쳤다.
여자 직원은 당황해서 “네? 무슨 말씀이세요?”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내가 올해 팔십이야. 너만 한 딸도 있어. 그런데 그렇게 말을 딱딱하게 하면 돼?”
이렇게 말을 마치더니 도로 쪽으로 걸어가서 부인으로 보이는 할머니에게 마스크를 받아서 쓰고는 병원에 들어갔다.
마스크 없이 막무가내로 들어가려고 하는 태도도 어이가 없었지만 말투를 트집 삼아 여자 직원에게만 화풀이를 하는 할아버지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너무 화가 났다. 그 할아버지는 남자 직원이 말할 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심지어 그쪽으로는 고개도 안 돌린 채 여자 직원에게만 뭐라고 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행동을 시종일관 지켜보던 나는 여자 직원과 눈이 마주쳤고 그 여자 직원이 안쓰러워서 “아니, 옆에 있는 남자 직원분께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여자한테만 뭐라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제가 만만해서 그러는 거예요.” 여자 직원이 하소연하듯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아까 여자 직원이 봉변을 당할 때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던 것이 후회됐다.
엄마를 모시고 병원을 떠나기 전에 엄마 드시라고 사두었던 간식 중에 귤 한 팩을 꺼내 들고 웃으며 여자 직원에게 건넸다.
"별 거 아니지만 직원분들과 나눠 드세요."
여자 직원이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니 내내 찜찜했던 기분이 조금은 풀렸다.
강한 사람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 하면서 약한 사람에게는 큰소리치는 사람을 보고 있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그 할아버지에게 당당하면서도 무례하지 않게 잘못된 점에 대해 말했어야 했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고 용기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