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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Jan 19. 2023

11월 25일

  딸이 떠나고 나서 날씨는 왜 이리 좋은지. 춥고 흐린 날씨였다면 더 많이 슬프고 가라앉았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날씨가 나를 돕는 건가. 이런 생각도 이기적이다.

  그 아이가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미칠 것 같다.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도 즐기지 못하고 남자 친구와 데이트도 못 하고 읽고 싶다던 책도 못 읽고 좋아하는 디저트도 먹지 못하게 되었다는 게 견딜 수 없다.

 박완서 작가는 아들을 잃고 거의 두 달간 밥이 안 넘어가 맥주만 마셨다는데 나는 많이는 아니어도 밥도 먹고 빵도 먹고 과일도 먹는다.

  장례식장에서는 배고픔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는데 딸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엄마라는 사람이 살겠다고 밥을 꾸역꾸역 먹고 있다.

  꿈에서라도 그리운 딸을 만나고 싶다. 그런데 아직 한 번도 딸의 꿈을 꾸지 못했다. 언제쯤 꿈에서라도 딸을 만날 수 있을까. 꿈이라도 좋으니 매일 만나고 싶다.

  사람이 죽으면 그리운 사람을 정말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그렇지 않다 해도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나 혼자 오래 살겠다고 애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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