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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Jan 19. 2023

11월 29일

  속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울화병인 걸까. 딸의 죽음을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 가는 데는 순서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딸이 새파랗게 젊은 나이에 눈을 감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 인생이란 게 이렇게나 잔인할 수 있다니. 이런 고통을 겪기 위해 내가 태어난 거라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누군가가 죽었어야 했다면 그건 딸이 아니라 나여야 한다.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몇 번 아니 몇십 번이라도 나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잘 견디는 줄 알았다. 그런데 어제 오후, 갑자기 속이 답답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동안 괜찮았던 건 약의 도움이 컸나 보다.

  오늘 병원에 가려고 했지만 날이 춥고 흐려서 다 귀찮아졌다. 뭔가 할 일이 있어 바삐 움직이거나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다가도 혼자가 되면 너무 일찍 세상을 등진 딸이 불쌍하고 그립다. 마음 한 구석에 무거운 돌덩이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엄마 걱정해 주고 위해 주던 딸. 죽어서 아무 감정도 느낄 수 없게 되면 편안하다는 말도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만 편히 쉬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가.

 내 딸. 귀하디 귀한 내 딸. 내가 죽기 전까지 딸을 꿈에서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제발 오늘 밤에는 꿈에서라도 딸을 만날 수만 있다면. 안을 수만 있다면. 대화를 나눌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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