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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Jan 19. 2023

11월 28일

   자다가 깨서 아침인가 했더니 새벽 한 시가 조금 넘은 시간. 다시 잠들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5시가 지나 다시 잠이 들었다.

  8시즘 다시 눈을 떴지만 일어나고 싶은 의욕이 없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딸의 꿈을 아무리 꾸고 싶어도 아직 한 번도 꾸지 못했다. 삶도 죽음도 심지어 꿈조차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구나.

  계속 누워만 있을 수 없어서 느지막히 몸을 일으켰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해야만 할 일들이 있는 게 차라리 다행인 걸까.

  어제 욕실의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세상의 근심은 혼자 짊어진 표정의 초췌한 중년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

  양쪽 팔이 뻐근하다. 어제 장을 보고 예상보다 무거운 장바구니 두 개를 질질 끌다시피 들고 온 후유증이다. 딸이 죽음의 문턱을 넘을 때의 고통. 그에 비하면 살아있는 내가 장바구니의 무게로 인한 힘겨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이다.

  딸이 떠난 지 오늘로 16일째. 두세 달은 더 지난 듯 한데 겨우 그정도의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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