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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Jan 24. 2023

산 사람은 살아야지

1월 24일

  딸의 죽음. 세 단어로 이루어진 이 문장에는 내 끝없는 슬픔과 절망, 분노, 죄책감, 미안함, 그리움 등이 단단하게 엉켜 있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라 비수가 되어 가슴에 꽂힌다. 살고 싶은 의욕이 없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어제 지인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장례식장에 갔다. 밥을 먹으면서 대화를 나누다가 지인은 입관식에 다녀온 후에 “어제는 살아계신 것처럼 보였는데 오늘 보니까 마치 마네킹 같아요.”라며 울먹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딸의 입관식 때  모습이 떠올랐다. 지인의 말처럼 딸도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인형처럼 누워 있었다.

   그때를 떠올리자 딸의 죽음을 재차 확인하면서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던 슬픔이 밖으로 흘러넘쳤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 걸까.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이 소멸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달라질까.

    자식을 잃은 부모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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