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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Feb 19. 2023

딸의 편지

   집에 있는 서랍을 정리하다 발견한 남매의 편지.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동생이랑 이모부, 사촌 동생과 제주도자전거 일주를 하고 수료증을 받아왔었다.


   엄청 힘들었다며 얼굴이 시커멓게 타서 돌아왔던 기억은 나는데 이 편지는 왜 잊고 있었을까. 제부가. 조카들에게 편지를 쓰리고 했던 모양이다. 딸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아팠다. 그림과 글이 어우러진 편지를 보다가 어릴 적 재밌어서 여러 번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가 떠올랐다. <키다리 아저씨>에도 주디가 편지와 함께 그린 그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지 확인해 봐야겠다.


  딸의 편지로  눈물범벅이 되었는데 아들 녀석의 편지를 읽다가 빵 터졌다. 아빠랑 여행 가면 개고생인 줄 알았는데 그것이 행복했던 것인 걸 알았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바다도 보고 밭도 보고 누나 옆구리 살도 보았습니다.‘  편지로 누나를 디스 하다니. 역시 현실 남매다. 딸은 남동생이 이런 구절을 쓴 걸 알까 모를까. 지금이라도 알았다면 동생에게 뭐라고 했을 딸의 모습을 상상해 봤다.

    

    나를 닮지 않아 키도 크고 손재주도 많고 야무진 딸이 자랑스러웠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하는 인스타툰을 즐겨 보게 되면서 딸에게도 그려 보라고 여러 번 권유하기도 했다.


   살아 있어서 하고 싶은 일들에 도전하는 딸을 보고 싶다. 항상 날 걱정해 주던 이쁜 딸. 나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딸을 잃은 아픔과 고통은 내가 눈을 감아야 끝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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