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여름에도 웬만하면 뜨아를 마신다. 차가운 물보다 따뜻하게 마시는 게 건강에 좋다는 말 때문만은 아니다. 그냥 따뜻한 커피가 더 맛있어서일 뿐이다.
그러던 내가 딸이 세상을 떠난 이후 갑자기 차가운 음료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기기 시작했다. 내장에 꺼지지 않는 화로가 자리 잡아 그 뜨거움을 식히고 싶어서이다. 사하라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홀로 서 있는 것처럼 온몸이 바짝 메말라서 조금만 건드려도 부스러져 버릴 것 같다.
언제쯤이면 예전처럼 뜨거운 커피를 주로 마시던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딸의 부재로 인한 슬픔과 죄책감, 화가 가라앉을 때 가능할 텐데. 그 시간이 오기까지(그런 시간이 오기는 할까) 얼마나 많은 비통의 순간들을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
-커피잔 옆의 텀블러는 딸의 유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