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생활을 하면서 즐기게 된 일이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정리이다. 간병으로 몸과 마음이 더 힘들어졌는데도 신기하게 집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로 집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집안 여기저기에 보이는 검은 비닐봉지 덩어리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집안 구석구석과 베란다에 엄마가 쌓아 둔 수많은 검은 비닐봉지 안에는 낡은 플라스틱 밀폐 용기와 김치통이 들어 있었다. 세탁소에 맡긴 옷을 찾아올 때 같이 딸려 오는 철제 옷걸이도 백 개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거기다가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유통기한이 이미 한참 지나버린 음식물 덩어리들이 수없이 들어 있었고 시간 날 때마다 유물이 되어버린 음식물들과 김치통과 옷걸이들을 내다 버리면서 엄마에 대한 원망이 솟구쳐 올랐다. 더 놀라운 건 아무리 내다 버려도 냉장고 안쪽에서 상한 음식물이 담긴 밀폐용기가 종종 발견된다는 점이다.
정리를 잘하려면 일단 버려야 하는데 왜 엄마는 쓰지도 않는 플라스틱 밀폐용기와 김치통을 소중하게 보관하셨던 것일까. 아마 언젠가는 쓸 거라는 생각에 일단 그렇게 하셨을 거다. 사실 나도 엄마처럼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직장 다니면서 간병하느라 만성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정리에 몰입하게 된 것은 뭔가를 갖다 버릴 때 느껴지는 개운함과 통쾌함 때문이다.
두 번째는 텔레비전 보기이다.
거실에 앉아 밥 먹으면서 텔레비전을 자꾸 보다 보니까 즐겨 보게 된 프로그램들이 늘어났다. '부부의 세계', '하이에나', '슬기로운 의사 생활', '청춘 기록'을 특히 재미있게 봤고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바퀴 달린 집', '구해줘 홈즈', '1호가 될 순 없어',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면 뭐하니', '신박한 정리' 등이 있다.
특히 '신박한 정리'는 그동안 내가 게을러서 집안 정리를 못 한 게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털어버리게 해 준 프로그램이다. 우리 집 못지않게 물건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집들을 보다 보면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마냥 좋기만 한 게 아니고 죽을 듯이 힘들어도 그 안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