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극강의 E는 아니나 주말이나 휴일에 집에만 하루종일 있으면 폐인이 된 것 같다. 무기력한 멍청이가 되고 늪으로 점점 빠져들어가는 듯하다.
독박 간병이 시작된 2019년부터 이런 증상이 나타났고 딸이 떠난 후 완전히 심해졌다.
밖으로 나가려고 마음먹어도 집을 나서려면 몇 퍼센트 안 남은 에너지를 단전에서 끌어올려야 한다. 실패하면 물이 거의 없는 우물에서 간신히 물을 두레박에 담아 올리다가 끈을 놓쳐 버린 것처럼 침대와 한 몸이 될 때가 더 많다.
일요일인 오늘도 그랬다. 원래는 오전에 카페에 가서 책도 읽고 글도 쓰려고 했다가 돌봄과 집안일을 하다 보니 기운이 빠지고 의욕도 날아가 버렸다.
나가기를 포기하려다가 이러면 기분이 더 우울해질 것 같아서 저녁 7시가 다 되어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그래봤자 두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외출이지만 바깥바람을 조금이라도 쐬야 숨이 제대로 쉬어질 것 같아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