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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Jul 04. 2023

유한한 존재

  그러나 또한 참으로 궁금한 것은 그 커다란 손등 위에서 같이 꼼지락거렸을 했빛들이며는 그가 죽은 후에 그를 쫓아갔는가 아니면 이승에 아직 남아서 어느 그러한, 장엄한 손길 위에 다시 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가 마른 빨래를 개며 들었을지 모르는 뻐꾹새 쇠리 같은 것들은 다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궁금한 일들은 그러한 궁금한 일들입니다. 그가 가지고 갔을 가난이며 그리움 같은 것은 다 무엇이 되어 오는지……저녁이 되어 오는지……가을이 되어 오는지……궁금한 일들은 다 슬픈 일들입니다.
-장석남, <궁금한 일-박수근의 그림에서> 중에서



   딸은 이제 편안할까. 딸의 마음을 괴롭게 하던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감정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고민할 수 없는 세계로 떠난 딸은 평온하게 쉬고 있는 걸까.


  나는 도저시 알 수 없는 영역이다. 나 또한 딸이 걸어간 길을 따라갈 어가게 되면 알게 될까. 고민도 걱정도 할 필요하는 세상에서 영원히 거할 수 있다면 죽음이 오히려 삶보다 좋지 아니한가.


  딸이 마음 편하게 쉬고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딸 없이 살고 있음이 극심한 고통이고 저주이고 벅차다. 나도 편안히 쉬고 싶다. 작은 일들에 종종거리며 날마다 나는 지워진다. 조금씩 닳고 닳아 어느 시간에 다다르면 완전히 소멸하겠지. 그때가 언제쯤일까.


  인간의 영역에서는 마지막 날을 인지할 수 없다. 그것이 차라리 좋은 걸까. 아무것도 모른 체 살아가다가 갑자기 스러지면 삶에 대한 미련 없이 떠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내 마음도 미래도. 존재의 유한함은 슬픔일까 축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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