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니 Jul 12. 2023

메멘토 모리를 다시 떠올리다

  딸이 갑자기 하늘의 별이 된 후 동전의 양면처럼 삶은 죽음과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했다. ‘오는 데는 순서 있어도 가는 데는 순서 없다’는  말이 나에게 적용되다니. 운명의 잔인함이 원망스러웠다.

   다른 사람이 겪은 고통이 내 것일 수도 있음을 이제야 깨닫다니  그동안 너무 잘난 척하고 살았다. 세상 누구보다도  허술하고 엉성한 존재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오늘 점심시간, 같이 근무한 적이 있던 지인이 떠올라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갑자기 통화하고 싶어졌기 대문이다.

  지인은 내 소식을 다른 사람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젊은 시절부터 경험한 젊은 죽음들에 대해 들려줬다. 그런 일들을 많이 접하면서 누구나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기에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게 되었다고 했다.

  그 말에 감전이라도 된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의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딸을 데려가신 하나님을 원망하고 돌봄 노동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터뜨리고 사소한 문제로 타인을 미워하며 살고 있는 나.

  먼저 떠난 딸에게 ‘엄마가 네 몫까지 잘 살고 왔다’고  말해주리라 결심해 놓고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다짐만으로 금방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는 달라졌다고 생각했을 때 예전 모습이 튀어나올 때도 종종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씩  느리게 나아가다 보면 지금보다는 나은 사람으로 살 수 있겠지.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다.   언젠가는 호흡이 멈출 나와 가족과 타인을 측은지심으로 대하다 보면 마음 저 깊은 곳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원망과 분노의 강이 언 평온하고 맑은 호수로 변할 날이 오리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한한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