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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니 Aug 04. 2023

이기적인 사람

  나는 왜 작은 일에 자꾸만 화가 날까.

  딸을 잃은 슬픔은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슬픔의 크기와 무게를 감내하고 있겠지.

   내가 느끼는 서운함은 자식을 먼저 보낸 나의 처지에 대한 공감이 와닿지 않음에 있다.

   특히 동생에게 받는 상처가 여러 차례 덧대어져 딱지가 두껍게 자리 잡았다.

  동생은 언니의 극심한 고통보다 연로한 엄마에 대한 걱정과 애정이 큰 것 같다. 나를 위로하기보다는(가끔 건네는 위로도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간병 생활과 딸의 부재로 무기력해진 언니가 엄마에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지 않음을 못마땅해한다.

  어제 저녁에도 그랬다. 엄머가 내게 하는 대부분의 말은 ‘이게 떨어졌다, 뭘 사야 한다’이다. 갑자기 눌러왔던 화가 터졌다. 말이 거칠게 나왔다. 그런 나를 쳐다보는 동생의 날카로운 시선에 ’ 세상에 내 편은 없구나.‘라는 생각에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일단 저녁 약을 먹었다. 약봉투 안에 들어 있는 약들을 입에 다 털어 넣으면 영원히 잠들 수 있을까. 생각은 굴뚝같으나 용기가 없다. 평소에 살고 싶은 마음 없다는 말은 그냥 ’나 좀 봐 달라 ‘는 투정이었나 보다.

  설움에 복받쳐 엉엉 울었다. 한참을 울고 있는데 안방에서는 엄마와 텔레비전을 보는 동생의 웃음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가 아무리 통곡을 해도 안방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홀로 극도의 슬픔에 몸부림치고 있는 내 꼴이 우습다.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인생, 나는 동생과 엄마에게 뭘 기대한 걸까. 나도 건네지 않는 따뜻한 위로를 원하는 건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다.

  누가 옳고 누가 잘못인 건 아니다. 입장의 차이일 뿐이다. 자신은 대부분 옳고 관대하다고 착각하는 존재가 인간이다. 게다가 상대가 잘해 준 건 당연히 여기거나 잊어버리고 서운하게 한 건 마음속에 계속 담아둔다.

  내가 얼마나 보잘것없고 형편없는 사람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내 잘못이나 실수에는 관대하고 다른 사람의 잘못은 예리하게 지적질을  해대고 있다. 모든 일이 불만이고 불평만 늘어놓는 나를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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