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지인과 안부 전화를 했다. 요즘 어떻게 지냈는지 서로 물어보다가 지인이 회사에서 겪었던 속상한 에피소드를 들었다.
듣는 나도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빴다. 그런데 그다음이 문제였다. 지인의 입장에 지나치게 몰입하여 “가만히 있으니까 순하게만 보는 것 같다. 그분에게 찾아가서 직접 말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지인은 내 말에 이렇게 답했다.
“당시에는 언짢았지만 지금은 괜찮고 나중에 또 그런 일이 생기면 가만있지 않으려고 해요.”
순간 내가 선을 넘었구나 생각했다. 우리가 힘든 일을 털어놓는 건 조언을 듣기보다는 마음을 알아달라는 호소이다.
나를 위해 그런 말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은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위로를 받기는커녕 상대방의 조언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타인이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그 싫어하는 말을 하고 있는 내가 부끄러워졌다.
자신에게 가장 까칠한 사람도, 지극히 관대한 사람도 결국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