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
팔십 중반을 넘은 엄마는 건강에 엄청 관심이 많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건강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거기서 어떤 농작물이 좋다고 하면 당장 나에게 구매 요청을 한다. 게다가 딸이 한 말은 귀담아듣지 않으면서 TV에서 동일한 내용이 나오면 마치 처음 듣는 것처럼 나에게 전달한다.
딸이 가고 난 후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괴롭다. 먹는 일에 관심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기도 하다.
이것보다 더 듣기 괴로운 내용은 백 세 전후의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앞으로도 즐겁게 생활하시고 장수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지만 ‘싱그러운 젊음의 어느 날, 삶이 끝난 딸을 둔 엄마인 딸’에게 엄마는 꼭 그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 걸까.
나도 안다. 엄마가 아무런 의도 없이 그냥 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 ‘그냥 하는 말’이 나를 찌른다.
사별을 경험한 가족이라도 슬픔의 방향과 결은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