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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이 된 딸

화창해서 쓸쓸한 날

by 비니

올 듯 말 듯 밀당을 하던 봄이 드디어 왔다.

귓불을 간지럽히는 상큼한 바람, 눈부신 하늘, 가벼운 옷차림에서 봄을 느낀다.


대학 시절, 친구가 화창한 날에 말했다.

“이렇게 햇살 좋은 날씨가 싫어 세상은 내 힘듦 따위 상관없는 것 같아서 더 우울해지거든.”

그러면서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했다.

그때는 친구의 말이 와닿지 않았다. 나는 흐린 날에는 기분이 가라앉고 화창한 날은 우울함이 옅여졌기 때문이다.

맑고 화창한 날을 좋아하는 것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며칠 전, 차 안으로 쏟아지는 밝은 햇살이 쓸쓸했다. 추위를 많이 타던 딸이 생각났다.


우리 딸, 네가 있는 곳은 춥지 않지? 매일 따스하고 맑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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