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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별이 된 딸

저 사람은 좋겠다

by 비니

딸, 거기는 어때? 지낼 만 해?

난……. 그저 그래. 솔직히 말하면 별로야.


네가 그렇게 가고 나서 엄마는 살이 많이 빠졌었는데 지금은 몸무게가 늘었어. 네가 없는데도 살이 찌다니……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있지만 속은 깊은 동굴 같아. 통로가 좁고 울퉁불퉁하고 앞도 잘 안 보이는 동굴.


밖은 여름을 향해 달려가고 엄마는 겨울을 향해 걸어가. 터벅터벅. 걸어갈 힘도 없는데 멈추면 안 돼.

더 이상 걸을 수 없게 되면 너를 볼 수 있을까. 네 뺨을 어루만지고 보고 싶었다고, 너무 보고 싶었다고 울먹이며 안을 수 있을까.


진짜 웃기는 게 네가 없는데도 살아는 져. 살고 싶지는 않은데 숨이 쉬어져.


다른 사람이 자식 이야기하면 어정쩡한 웃음을 지으면서 들어. 들으면서 생각해. 저 사람은 좋겠다.


오늘 갑자기 눈물이 났어. 그동안 고여있던 슬픔이 가득 차서 흘러넘쳤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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