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땅 밟고 산지가 6개월이 지나갑니다.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가도, 익숙함이란 단어가 무색해지는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인도에서 살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인도 사람들은 참 친절합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다 친절하진 않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시간을 잘 안 지킵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시간을 정확히 지키기도 합니다. (때론 이러한 사람들에게 놀라는 건 나뿐만은 아닐 듯싶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늘 'OK! No problem!'이라고 합니다. 물론 많은 상황들이 problem이 되어버립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이들의 문화라고 이해하면 큰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인도 사람들은 참 잘 속입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당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정직히 대해주는 이들도 참 많습니다.
집 앞에 작은 야채가게가 있습니다. 나는 그곳에서 감자, 당근, 양파, 과일 등을 사곤 합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이 저렴한 양파 가격에 이 사람들은 정직하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수개월 지내며 이 나라 물정을 알아가다 보니, 어쩌면 그 가게가 나에게 조금은 더 비싼 가격에 파는 것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충분이 눈감아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어느 날은 약속이 있어 집에서 조금은 멀리까지 나갔습니다. 돌아오는 길 릭샤를 잡아야 하는데(보통은 Uber라는 어플을 이용합니다) 우버 어플로 릭샤가 도통 잡히지 않았습니다. 금요일이기도 했고 퇴근시간이기도 해서 그런 듯싶어 길가로 나갔습니다. 길에서 빈 릭샤를 잡으려 하는데 평소보다 4배 정도의 가격을 불렀습니다. 아무리 내가 외국인이어도 그렇지... 화가 나기도 했고 오기가 생겼습니다. 한 시간쯤 기다리고 난 후 4배까지는 아니지만 꽤 비싼 값을 치르고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종종 이용하는 문구점이 있습니다. 문구를 구입하기도 하고 프린트를 하기 위해 종종 찾습니다. 문구 가격은 대부분 물건에 가격이 표기되어 있는지라 잘 속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린트 가격은 다릅니다. 어떤 곳은 A4 한 장에 2루피(약 35원) 어떤 곳은 3루피(약 50원)를 달라 합니다. 아주 간혹, 정말 드물게 1루피(약 15원)를 받는 곳도 있습니다. 급히 찾은 Xerox샵에서 무려 10루피(150원)를 불러서 꽤나 화가 났던 기억도 있습니다.
나름 단골집이라고 정한(그들은 인정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곳은 2루피를 받습니다. 컬러 프린트도 다른 곳에 비해 비싸지 않고 종이의 질도 좋습니다. 이 곳은 왠지 정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곳을 자주 이용합니다.
얼마 전 문구들을 구입하면서 A4 20장을 프린트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가격을 계산해보니 계산이 맞질 않았습니다. 복사 가격을 1루피로 계산해서 받은 듯싶었습니다. 당시 가게가 손님이 많았고 아저씨가 꽤나 정신이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아마 계산 착오가 있었으리라.
그런데 그 20루피, 350원이 뭐라고 꽤나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 실수도 아닌데, 굳이 20루피를 돌려줘야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고, 말도 잘 안 통할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그러면서 마음은 꽤나 불편했습니다. 며칠 뒤, 프린트를 하기 위해 그곳을 다시 방문했습니다. 그 날은 10장의 프린트. 아저씨가 부른 금액은 20루피. 확인차 물었습니다. '1장에 얼마인가요?'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2루피입니다.'
흠... 정직해져야 할 때인 듯싶었고 그래서 입을 열었습니다. '지난번에 왔을 때 20장을 복사했는데 20루피를 받았어요. 제가 20루피 더 드려야 해요.' 역시나 못 알아듣는 눈치였고, 오히려 내가 지금 컴플레인을 한다고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재차 설명하던 중, 옆에 있던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지난번 계산 착오된 20루피를 아저씨에게 건넬 수 있었습니다. 가게의 아저씨는 내게 고맙다 말했고, 도움 주신 인도인 아주머니는 '당신 정말 정직하군요. 고마워요.'라고 하셨습니다.
뿌듯했습니다. '세상이 아무리 속고 속인다 하더라도 나는 정직해야지 그럼. 나는 예수님 믿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바로 오늘, 프린트를 하기 위해 다시 그 가게에 들렸습니다. 오늘은 25장. 아저씨 왈. '25루피입니다.' 가게가 복잡하지도 않고, 다른 물건과 같이 구입한 것도 아니라 계산착오가 될 리 없는데... 혹여나 싶은 마음에 물었습니다. '한 장에 얼마인가요?' 아저씨 왈. '1루피요.' 되물었습니다. '1장에 1루피라고요?' 아저씨가 대답했습니다. '네, 1루피요.'
그 찰나 나의 두뇌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을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습니다. 가게에 있는 아저씨가 다르다는 사실을...
나에게 2루피를 받았던 그때 그 아저씨와 오늘 내 앞에 있는 이 아저씨가 다른 사람이란 사실을...
나... 속은 건가? 혹여나 싶어 다시 한번 되물으나 돌아오는 답은 같았습니다. '1루피입니다.'
지난번 내가 극구 20루피를 더 건네었던 그 아저씨 눈에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였을까요? 웬 호구 외국인이 나타났다 여겼겠지요? 아니면 나의 정직함을 보며 혹 조금이라도 자신의 부정직함에 대해 숙고해봤을까요?
속고 속이는 이 세상 속에서 과연 정직하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신념과 정직을 지키며 살아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임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다음번 또다시 그곳을 방문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2루피라고 말하는 또 다른 아저씨에게는 아무 말 없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다른 분은 1루피만 받는데 왜 당신은 나를 속이냐고 되묻지 않고 그냥 달라는대로 건네어야 할까요? 아니면 자신의 부정직함을 깨닫도록 말해야 할까요? 말한다고 과연 속고 속이는 것이 다반사인 이 땅에서 조금이나마 찔림이 되긴 할까요?
그곳을 떠나오며 되돌아오는 길에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스쳐갑니다. 1루피가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