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손 가운데 손가락이 간지러웠습니다. 모기에 물렸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려웠습니다. ‘왜 그러지?’ 생각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일주일쯤 뒤 오른쪽 약지 손가락이 간지러웠습니다. 땡땡 부어올랐습니다. 다음날 그 손가락의 다른 부분이 간지러웠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어오르며 참을 수 없이 간지러웠습니다.
갑자기 급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뭐지? 가까운 부위로 옮겨가는데, 혹시 전염병인가?’ 예전에 방글라데시에서 자원봉사하던 시절, 빈민촌 아이들로부터 ‘옴’에 옮은 적이 있었습니다. 기생충에 의해 전염되는 이 병은 치료도 까다롭고, 잠복기도 있고 전염성도 심한지라 2주간 동안이나 집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적이 있다 보니 괜한 걱정이 더해졌습니다.
다음날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모기에 물린 것 같다며 이틀 치 약을 주셨습니다. 인도 모기가 강력하긴 한가 봅니다. 이토록 간지러우니 말입니다. 약을 먹으니 점차 호전되었지만, 하도 긁어 대서 손가락에는 거무튀튀한 흔적들이 남았습니다. 괜한 우려였나 봅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습니다. 갑자기 오른쪽 종아리가 간지러웠습니다. 살펴보니 무려 열 군데쯤 무언가에 물려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모기에 물린 것처럼 간지럽더니, 점차 간지러움이 심해졌습니다. 또다시 걱정이 불어 닥쳤습니다. ‘혹시 베드 버그(벼룩)에 물린 건가...?’ 지난번 손가락이 간지러웠을 때,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했었습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바로 ‘베드 버그.’
‘베드 버그’는 침대나 옷장,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침대로 기어 올라와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해충. 번식력도 굉장해서 암컷 한 마리가 10주 사이에 알 200개는 낳고, 피를 먹지 않고도 긴 시간 생존할 수 있고는 대단한 놈. 한 마리가 하룻밤 사이에 수십 차례 물 수 있고, 물린 후에는 반점과 함께 심한 가려움증이 따라오며 물린 자국은 줄지어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는데...
내 종아리의 모습은 흡사 베드 버그에 물린 자국인 듯 보였습니다. 그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인도에 이사 올 때, 누군가로부터 받은 침대. 깨끗해 보이지 않았던 매트리스. 혹 여기에 베드 버그가 서식했던 것은 아닌가...’ ‘만약 베드 버그면 어떡하지? 쉽게 박멸되기 어렵다는데. 오늘 밤에 또 물리면 어떡하지...’ 밤새 몇 차례나 깼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습니다. 먼저는 종아리가 너무 간지러워서 참을 수가 없었고, 잠에서 깨어 긁고 있으면 베드 버그 걱정에 자도 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뜨거운 물에 이불을 담갔습니다. 매트리스를 스팀다리미로 다렸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침대를 쓴 지가 벌써 40일이나 지났는데... 다른 곳에는 물린 자국이 더 없는데... 베드 버그가 아닐 수도 있는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 아침부터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리고 그날 의사 선생님께로부터 들은 말씀은 ‘벌레 알레르기입니다.’ 몇 번을 되물었습니다. ‘베드 버그 아닌가요? 베드 버그일까 봐 너무 걱정이 됩니다. 진짜 베드 버그는 아니지요?’ 선생님은 친절하게 대답해주셨습니다. ‘네 아닙니다. 피부가 민감해서 그럽니다.’
다행입니다. 그저 알레르기여서 다행입니다. 베드 버그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선생님으로부터 대답을 들으니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날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지금까지 다른 곳에 물린 자국이 없는 것을 봐서 베드 버그는 확실히 아닙니다. 그래서 참 감사합니다.
물론 모기에 물린 그곳은 처음에는 땡땡 부어오르더니, 그다음에는 수포가 올라왔고, 수포가 가라앉은 뒤에는 긁은 흔적들이 남았습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간지럽기까지 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집에서 모기장을 치고 자라고 했습니다. 모기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전자모기향을 방마다 꽂아놓았습니다. 물론 그래도 모기에 물립니다. 문제는 집이 아니라 밖입니다. 밖에서 지내는 동안에 물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노출되는 부분에 모기 기피제를 뿌리며 다닙니다. 내 몸에서는 화장품 냄새, 향수 냄새, 섬유유연제 냄새가 아니라 모기 기피제 냄새가 진동을 할 겁니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드 버그가 아니어서요.
그렇게 큰 소동이 지나갔습니다. (물론 내 마음과 생각의 소동이었지만)
어느 밤, ㄱㄷ중에 ㅎㄴ님께서 물으셨습니다. ‘너는 이곳에 어떤 마음으로 왔느냐. 너는 왜 이 곳에 있느냐.’ ‘ㅅㅌ이 헛된 것들로 네 눈을 가리는 것을 모르느냐.’
회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ㅅㅌ은 내 눈을 가립니다. 봐야 할 것을 보지 못하도록, 다른 곳에 시선과 마음을 빼앗기도록 만듭니다. 비단 이 사건만이 아닙니다. 이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이 내 마음을 어지럽히고 집중해야 할 것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괜한 염려로 내 마음을 가득 채웁니다.
깨닫게 하셨으니 집중해야 할 것들에 집중할 것을 결단합니다. 마음을 지켜낼 것입니다. ㅈ님께서 도우실 것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