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과 낮잠이 필요해
나는 솔로 14기 영호님이 취미에 대한 질문에 “집에서 자요. 그냥 ”이라고 답했다. 그가 보여준 다른 모습과 덧대여져 저게 뭐냐는 반응이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자는 것은 좋은 취미이다. 만날 사람 없고 해야 할 일 없는 휴일에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잘 자야 체력도 보충되고 피부도 좋아지고 살도 빠진다. 평일에 바쁜 일과로 컨디션이 조금씩 조금씩 떨어졌을 때 주말에 늦잠으로 몰아서 쭉 자주면 일주일어치 컨디션은 끌어올려진다.
주말 아침 영어스터디 때문에 몇 달째 주말 아침잠을 잃어서 불만이 많은 상태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늦잠을 자 줘야 나의 루틴에 필요한 체력 유지가 된다.
도시의 직장인은 바쁘고 피곤하다. 아침 출근에서 선택지는 세 가지이다. 정시에 맞춰서 출근하면서 지하철에서 김밥 속 재료처럼 압축되기, 아침잠을 포기하고 새벽에 나가서 하루를 시작하기, 출근 시간을 늦춰서 늦게 퇴근하기. 세 가지의 공통점은 어쨌든 다 각각의 이유로 피곤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힐링이 필요하다. 환경과 사람에 민감한 나는 더더욱 틈새 힐링이 필요하다. 그래서 취미가 힐링이다.
낮에 공원 같은 곳에 가서 나무 밑에서 낮잠 자기, 주말에 집에서 아침잠 자기가 취미이다.
자는 것 말고 모든 취미도 힐링 계열이다. 많이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 내 진짜 취미이다. 배달어플로 빵과 커피 배달 시켜서 침대에서 빵 먹는 게 취미이다. 가사없는 음악을 bgm으로 틀어놓고 글자가 많지 않은, 돈과 전혀 상관없는 가볍고 포근한 책 한 두 장 넘기면서 빵의 촉감을 탐닉하는 것이 취미이다.
다른 것들은 취미가 아니라 자기계발이다. 주식 관련된 책 읽기, 스터디, 요가, 필라테스는 취미가 아니라 자기계발이다. 돈을 벌고 싶어서, 똑똑해지고 싶어서, 건강해지고 예뻐지고 싶어서, 체력이 좋아지고 싶어서 하는 자기계발이다.
쉴 땐 몸의 한쪽 면적 중 60% 이상이 어딘가에 닿아있어야 한다. 누워있든, 반쯤 누워있든, 엎드려있든 다리를 쭉 펴고 앉아있든 해야 한다.
글 쓰는 것은 뭘까? 글 쓰는 것은 아직은 취미에 가까운 것 같다. 돈을 버는 것을 1순위 목적에 두고 있지 않고 힐링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힐링을 주기 위해 쓰기 때문이다. 새소리가 들리고 나무 그늘이 있는 고요한 장소에서 몸 한 면의 60% 이상을 어딘가에 닿게 해 놓은 채로 글을 쓰고 있어서 쉬는 것에 가깝다.
좋아하는 펌킨 계열 향초 켜놓고 침대에서 쉬기, 집에서 편한 옷 입고 좋아하는 향수 뿌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리얼리티 티비 프로그램 보면서 쉬기, 집에서 스킨케어, 헤어케어 등 홈케어 하기, 셀프 마사지하기가 나의 다른 취미들이다.
잘 쉬기, 더 잘 쉴 수 있는 방법과 휴식에 도움되는 아이템 찾아보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기가 나의 취미이다. 잘 쉬어야 잘 살아갈 수 있다.
쉼과 잠의 가치를 긍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