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매일 한 번 써볼까라고 생각했는데 할 만해서 거의 매일 발행을 하고 있다. 매일 쓰고 브런치에 매일 발행해 보면 어떤 일이 생길까 기대가 되어서 진짜 어떤 일이 생길 때까지 매일 쓰고 발행할 것 같다. 계속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일에 대한, 그런데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일에 대한 호기심이 강해서 한번 시작하면 답을 얻을 때까지 꾸준히 해보는 편이다. 365개 이상의 글이 일 년 동안 쌓인 것, 그리고 내 인생에 나타난 변화를 보고 싶다.
브런치에 글 저장 후 발행하기를 누르면 최초로 발행한 날짜가 찍힌다. 수정을 해도 최초 발행 날짜가 박제되어 좋다. 그날의 가장 기억하고 싶은 일과 붙잡고 싶은 생각을 날짜와 함께 박제해 놓을 수 있다. 메모장에 쓰는 일기 같은 글보다 발행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 내 생각과 마음을 정제되게 표현할 수 있게 되어 더 좋다. 정제된 생각과 글은 그 글을 생산한 사람의 뇌리에도 더 강하게 남는다.
흩어져서 명확하지 않았던 생각이 글이 되어 선명해지고 그 문장들이 내 가치관과 좌우명 같은 것이 되기도 한다. 글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내가 살아가야 할 방향이 매일 확고해진다. 그리고 글로 남겨놓았기 때문에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선택을 덜 하게 된다.
과거의 어느 시점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지냈지 생각할 때 그날의 나의 글을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없었을 때 나는 어떤 것에 몰입했지 하고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생각과 했던 일을 다이어리에 꼼꼼히 기록하며 살고 있지 않다. 할 일 목록을 플래너에 쓰고 가끔씩 메모장에 생각정리용 짧은 글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 시간과 정성을 쏟아서 하나의 글을 쓰고 발행한다. 그 하나의 글이 그 전후 시점의 나의 정수이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면 얻을 수 있는 좋아요와 구독, 댓글이 글쓰기를 매일 지속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한 사람만 내 글을 정성스럽게 읽어주어도 그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쓸 수 있다. 지금은 완전한 내 편이 되어주는 그 한 사람이 내 글이 올라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다. 한 명이 무조건 읽어주니까 글을 쓸 때도 잠깐이나마 있었다. 그 기억도 소중한 추억이다.
한 명의, 나를 너무 알고 싶어 하는 독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소중한 친구들, 다른 작가님들과 독자님들이 글을 읽고 공감을 하고 좋아요를 눌러주는 것이 매일 쓸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실제로 모르는 사람이 내 글을 읽고 나서 내 글을 계속 읽고 싶어 구독을 누르고 간 것을 보았을 때의 느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다. 깊이 이해받는 느낌,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가 된 느낌,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느낌이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하다. 일상에서 스치는 말보다 조금 더 농도가 짙은 감정과 의견을 쭉 읽어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나와 결이 잘 맞고 비슷한 사람들의 글이나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알려주는 글을 주로 읽지만 때로는 어딘가 살짝 불편하게 하는 글도 읽게 된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내 글을 소개해주고 싶을 때 소개는 해주지만 구독을 해달라고 굳이 하지 않는다. 읽고 싶지 않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피드에 뜨거나 알림이 간다면 그것 또한 불편함이 될 테니까.
그래서 그저 우연히 내 글에 연이 닿아 슬쩍 읽게 되었는데 계속 읽고 싶어 구독까지 누르고 가는 독자님의 마음에 감동하게 된다. 응원해주고 싶어서 구독해 주고 가끔씩 찾아와 글을 읽어주는 현실 세계의 지인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다.
매일 발행을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글을 쓰는 시간을 마련해서 빼놓게 된다. 그리고 그때, 나와 가장 강하게 연결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오로지 나를 위한 시간, 요가를 하는 시간과도 어찌 보면 비슷한데 나중에 볼 수 있는 창작물이 생긴다는 것이 다르다.
글을 쓰려면 집중력이 많이 필요하다. 아무 데서나 쓰기는 힘들다. 걸으면서, 지하철에서 쓰기도 한다. 다리를 움직이면서, 혹은 기차나 지하철처럼 살짝 흔들리는 곳에서 잘 써진다. 가만히 서서 쓰거나 앉아서 쓰려면 백색소음만 있어야 한다. 사람소리가 말의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들리거나 사람이 주변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글을 쓰기가 힘들다.
마음이 제일 편할 때, 글을 써야 한다는 긴장감을 빼고는 마음에 다른 긴장도가 낮을 때 글이 써진다. 산책할 때 마음이 편안하고 여러 생각들이 정리되는 것처럼 천천히 걸으면서 몇 가지 생각들을 붙잡고 글을 시작해 나가기가 쉽다.
내가 움직이고 있으면 사람이 내게 다가오면 그만큼 나도 움직여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 자유와 편안함이 글이 잘 나오게 만든다.
글을 쓰러 가는 장소, 글을 쓸 수 있게 취하는 나의 자세가 가장 마음이 편한 환경이고 상태이다. 사람들의 눈에 괜찮아 보이는, 아무도 날 의식하지 않는데 괜히 내가 의식해서 취하는 위치선정과 자세에서 벗어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글을 쓸 수 있게 해주는 곳에서 내가 편안한 모양으로 가장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 글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자유롭다. 그 자유가 중독적이다. 하루에 몇 시간씩 가질 수 있는 예술가의 삶과 시간이 너무나 자유롭고 충만하다.
그래서 계속 쓰고 계속 발행을 눌러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