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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May 11. 2023

‘호’인 사람을 남기기로 했다

팀옥순 대신 팀해일리

해센스를 구독해 주면 ‘팀 해일리’에 들어와 주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내 편이구나라고 느껴진다. 이 문장을 읽고 너무 부담스러워져서 구독취소 하려나. 작가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것 같다. 구독도 구독이지만 꾸준히 읽어주는 사람들은 진짜 나의 팀이라고 느껴진다.


어떤 사람의 글을 꾸준히 읽는다는 것은 그가 말하는 것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이거나, 다 공감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사람의 글을 좋아해 주는 것이다. 즉, 내 글이 좋거나 내 생각이 좋아야 ‘팀 해일리’에 남을 수 있다.


내가 구독하는 사람 중에도 계속 글이 올라오나 확인하는 작가님이 있다. 그의 모든 생각을 공감하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좋다. 글이 한숨에 잘 읽힌다. 그리고 때로 그가 진짜 마음에서 우러난 솔직한 글을 쓸 때, 그 글을 읽는 것이 재밌고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는 용기를 지지해서 그의 글을 기다린다.


내가 쓰는 글은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고, 어떤 것을 잘하고, 어떤 것을 못하는지에 대한 글이다. 에세이 쓰는 작가는 자신을 진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밍밍한 글을 재미가 없다. 내가 글을 읽을 때에도 작가가 자신의 호불호와 생각을 강하게 드러내야, ‘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었네. ’하면서 공감을 하게 된다.


일상을 스치는 사람들이 말하지 않고 밝히지 않아서 공감을 깊게 느끼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책을 통해 공감을 느끼고 싶어서 책을 읽는다. 그래서 알랭드보통이 사랑을 할 때 느끼는 감정과 생각을 상세하게 적은 책을 읽는 것이다. 나도 그래서 나를 강하게 드러내려고 한다. 그래야 좋은 작가라고 생각한다.


색깔을 진하게 드러내는 글을 쓰게 되면 필연적으로 반대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내가 가지고 태어난 어떤 특성과 그 특성에서 발현된 일상적인 일들에 대해서 쓰지 않으면 내 주변을 스쳐간 사람에 대한 주제로 글을 많이 쓴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과 의지가 들 정도의 영감이 되려면 잔상이 진해야 한다.


자극적인 드라마나 영화는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한 번 본 장면, 들은 것에 대해 잘 잊지 못하는 편이라서 충격이 될 것 같은 시청각 자극은 일부러 피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을 스쳐가는 타인의 언행에서 오는 자극이 나에게 꽤 강한 자극이고, 그 잔상이 진하게 남아 그로부터 온 깨달음에 대해서 글을 쓴다. 어떤 사람과의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한 크고 작은 깨달음을 앞으로 내 인생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 지에 대해서 쓴다.


글을 통해 나를 진하게 남기다 보면 내 글을 읽고 나서 나에 대한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내 글을 읽고 생긴 잔상으로 나라는 사람이 어려워지고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삶을 살기로 했고, 주변에 내가 편안한 환경, 내가 편안한 사람들을 두고 편안하게 살기로 했다. 즉, 나는 호불호가 있는 삶을 살기로 했고, 호를 취하는 삶을 살기로 했다.


나는 나를 드러내고 ‘호’인 사람을 내 인생에 남기기로 했다. 내가 느끼기에 ‘호’인 사람, 그리고 나를 ‘호’ 하는 사람.


출간 작가가 되어 하고 싶은 일은 내 생각과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을 모아서 햇볕 잘 들고 분위기 아늑한 곳에서 커피나 와인을 마시면서 같이 이야기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 나를 이해하는 사람,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나를 이해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나를 진하게 드러내는 책을 세상에 남기고 나서 나를 좋아하는 사람, 나를 이해하는 사람, 나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과만 어느 한순간 한 공간에 있을 수 있다면 마음이 즐거울 것 같다.


이해받지 못하는 것,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 않고 나를 이해하는 사람,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만 한 공간에서 시간을 같이 보내면 얼마나 충만한 마음일지 기대가 된다.


브런치에서 내가 구독하는 작가님들의 글이 올라오고 그 글을 읽을 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래서 블라인드와 같이 구독 기반 큐레이팅이 되지 않는 인터넷 커뮤니티는 거의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브런치에서 정제된 글, 내가 좋아하는 색과 농도를 지닌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이 좋다.


내가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을 때, 나를 계속해서 지지해 줄 수 있는 ‘팀 해일리’를 구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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