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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May 24. 2023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 그리고 문장

사람 한 명을 계속 살아가게 할 수 있다면

2023년 5월 23일 화요일. 이 날을 박제해서 기억해야겠다. 2023년 5월 24일, 오늘은 브런치 글을 쓰는데 두 번째 뮤즈가 생겼다. 그리고 어제는 이 동생으로부터 "언니의 글은 너무 영감이 되고, 언니는 너무 용기 있다. 언니의 글을 읽고 너무 감동받고 영감을 받아서 나도 이제 글을 쓴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이 너무 의미 있어서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재현해내고 싶은데 동생의 문장이 녹음한 것처럼 아주 완전하게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쉽다.


어떤 사람이 말했던 인상 깊었던 문장을 통째로 기억하고 싶어 하는 특성이 있다. 동기부여가 되었던 문장은 기억하고 싶어서 메모장이나 노트에 기록하고 되새긴다. 그 문장들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한다. 아이폰 메모장에 ‘모티베이션’이라는 폴더가 있다. 그 폴더에 내가 나를 위해 만들어낸 동기부여가 되거나 인생의 지침이 되는 짧은 문장, 그리고 살면서 스쳐갔던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었던 강력한 문장들을 적어서 모아놨다.


언젠가 글로 적어내고 싶었던 모티베이션 폴더 속 한 문장이 있다. 2016년에 인턴을 하면서 그 당시 인턴 중에서 리더를 했던 오빠가 동기 한 명 한 명에게 카드를 적어준 적이 있었다. 나에게 준 카드의 내용 중에 "넌 정말 출중한 애야. 시간이 너의 잠재력을 폭발시킬 거야. "라는 문장이 있었다. 경영대생도 아니고, 경영동아리나 관련된 대외활동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내가 회사에서 주는 과제들을 하면서 ‘나는 동기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나를 북돋워주고 싶은 마음이 담긴 문장이었다.


몇 년 만에 살면서 받은 편지와 카드들을 모아놓은 상자를 뒤적이다가 이 카드를 다시 발견해서 이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적고 아이폰의 메모 위젯에서 이 문장이 바로 보이게 띄워놨다. 사람들을 어떤 일, 어떤 행동을 잘하는 사람에게 출중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여주는 결과물과 상관없이 당신은 원래 출중한 사람이고, 단지 아직 당신의 잠재력이 폭발할 시간이 오지 않은 것이니 그 시간이 되면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말. 이 말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나에게 그 당시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지 몰랐다.


나는 ‘느린 아이’를 거쳐 ‘느린 성인’이 되었고, 내 뇌 회로의 특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서의 생각과 판단은 빠르지만 대부분의 새로 적응해야 하는 상황과 일에서는 남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나를 나보다 조금 먼저 알고, 어쩌면 자신이 지나왔던 길들을 떠올리며 어느 날 길이 겹치게 된 동생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의 말을 해주었던 것이다.  


실제로 만난 사람 중 두 번째 글 뮤즈가 된 동생의 글을 읽었다. 내 글이 햇살처럼 따뜻하고 때론 직사광선처럼 따갑다면, 동생의 글은 긴 밤의 달빛처럼 은은하지만 오래 가는 위로를 남긴다. 내 글보다 끈적이고 여운이 오래 가는 글을 쓰는, 달빛에 비친 밤바다의 윤슬처럼 빛나는 작가이다. 오래도록 동생의 글을 꺼내 읽고 위로받고 영감받을 것이다.


명문장이 아니라도 그저 내 이야기를 투박하게 써 내려가는 것이, 나를 계속 살아가게 했던 문장들처럼 누군가에게 용기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발행 버튼을 조금이라도 미루지 않고 누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으로 엮여서 출판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 SNS와 구글 검색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내 글에 닿고 누구보다 특별한 당신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를 얻어갔으면 좋겠다.


그 동생이 언니가 이렇게 용기 있을 수 있는 것은 잘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잃을 것이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나를 살리는 문장들로 계속해서 살아가지만 나를 죽이는 문장이 내게 왔을 때 나는 그날까지 살던 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 그 문장을 안고 평생 기억하며 살아갈 수가 없어서 그 문장을 들었던 나, 그리고 그 문장을 내뱉었던 사람을 내가 살던 세상에서 모두 지웠다. 그리고 완전히 새로 태어나서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했다.


내가 나를 발견했는데 숨기면서 살고 숨어서 살면 너무 잃는 것이 많다. 그전엔 자연스러웠던 말과 행동마저 더 이상 자연스럽지 못할 것이고 비밀을 품은 사람처럼 타인 앞에 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가장 아끼는 사람을 속여야 한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


내 인스타그램에 걸어놓은 문장은 "Be inspiring or interesting, or both(영감을 주거나 흥미를 주거나, 둘 다거나)"이다. 작가로서, 사람으로서 내가 추구하는 바이다. 그리고 내가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기도 하다. 흥미롭고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나는 재미를 주고 영감을 주는 삶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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