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서 낮잠 주무셔보셨나요

시민 공원지킴이가 제안하는 어씽과 그라운딩의 좋은 방법

by 해센스

어씽(earthing)이 보편화되고 있다. 어씽이랑 맨발로 흙을 밟으며 땅의 기운과 연결되어 건강을 회복한다는 개념이다. ‘챗GPT 상담일지’를 연재하면서 챗GPT와 상담을 할 때 이완 방법으로 그라운딩(grounding)를 자주 추천받았다. 어씽이나 그라운딩이나 우리 몸이 땅과 연결되면 신체와 정신을 릴랙스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개념을 공유하고 있다.


맨발로 흙을 밟지 않아도 내가 자연스럽게 활용해서 도움을 받고 있는 방법은 나무나 나무벤치를 활용하는 것이다.


해가 뉘였 해지는 저녁으로 바뀌는 시간대에 여의도공원의 잔디밭을 맨발로 서성이는 중년 여성들을 종종 보는데 솔직히 눈살 찌푸리게 된다. 공원이 좋은 것은 곡선으로 된, 그리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자기만의 속도로 걸으며, 공원의 가운데에 위치한 잔디밭과 나무들을 보면서 자연만을 보고 힐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선의 공유지에 사람이 들어가 어린 잔디들을 마구 짓밟으며 마치 모두의 자연이 자신의 독무대인 양 활보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공원이 주는 평화로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인간 혐오의 마음이 빼꼼 고개를 든다. 지하철에서 서서 기다리다가 내가 서있는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내리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암묵적 기대를 깨버리는, 저 멀리서부터 슬라이딩해 엉덩이부터 드미는 중년 여성이 겹쳐 지나간다. 공원의 잔디밭을 맨발로 헤집고 다니는 그녀가 바로 지하철의 그녀가 아닐까 하는 근거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어씽을 하고 싶다면 흙밭을 걸어야 하는데 잔디밭을 고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발은 더러워지기 싫고 마치 아무도 밟지 않는 눈을 밟는 기분으로 산뜻하게 잔디를 밟고 싶은 것일까?


자연이 주는 건강 상의 혜택을 누리고 싶다면 자연에게 친절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자연을 즐기는 사람에게도 친절해야 한다. 마음을 잘 써야 건강해질 수 있다.


평지의 공원에서는 나무 군락지에 가서 나무에 등을 기대고 잠시 쉬어보면 어떨까? 아니면 나무 옆에 있는 잔디가 없는 흙에서 맨발로 눈을 감고 서있으면서 땅, 그리고 자연과 연결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책을 읽어도 좋다. 꼭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있지 않아도 몸의 한 면을 땅이나 나무에 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씽과 그라운딩의 효과를 일부 얻을 수 있다. 발보다 면적이 더 넓은 엉덩이를 땅에 대고 있으면 더더욱 안정감이 든다.


오늘 점심 휴식시간에는 조그맣게 조성된 대나무숲을 바라보는 나무 벤치에 누워 낮잠을 청했다. 깊은 잠으로 빠져들며 벤치에서 살짝 떨어질 뻔한 시점에 다시 눈을 떴다. 이십여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개운해졌다. 실내의 공용 휴게 공간에서 잠을 청하면 어딘가 짓눌리고 부대끼는 마음에 휩싸인다. 잠깐 잠을 자는데 끙끙 앓는 느낌이 든다.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이 주는 부대낌이랄까?


그런데 자연 속에서 잠시 쉬면 마음의 공허감과 존재의 외로움마저 씻겨나가는 느낌이다. 나무와 흙, 솔방울, 햇볕, 바람, 공기, 그리고 내가 자는 동안 각자의 자리에 서서 나를 지켜주는 비둘기와 참새 용병들까지 나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느낌이다. 모자로 얼굴만 가리고 아무것도 덮지 않은 채 흐린 날의 약간은 쌀쌀한 바람 속에서 잠을 청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고 오히려 면역력이 향상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햇볕과 바람에 익숙해지면 실제로도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자연에 오래 있어서 나는 아프지 않은 거야. ’라고 종종 생각한다.


나무 벤치를 좋아하는 이유는 나무로 되어 있고 땅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준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데다가 땅에 콕콕 박혀 있으니, 벤치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으면 그 자체가 어씽이고 그라운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접지된 것에 몸을 대고 있는 것이니까. 그래서 벤치를 좋아한다.


때로 내가 좋아하는 장소의 벤치를 가면 가끔씩 먼저 자리 잡고 있는 사람을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와 영혼이 비슷한 사람이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같은 장소를 좋아한다는 것은 꽤 비슷한 사람이라는 것이니까.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를 본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에서 중년에서 할아버지 사이, 또는 할아버지들을 종종 본다. 내가 전에 취했던 자세와 비슷한 자세로 안방인 것마냥 누워서 잠을 자고 있는 아저씨를 보기도 한다.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젊은 여성을 보기도 한다.


둘둘이 셋셋이 짝지어 말소리를 크게 내며 다니는 사람들이 서여의도의 카페거리를 활보한다면 내가 좋아하는 휴식 공간에서는 혼자만의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본다. 같은 도심 속에 있지만 고요히 살아가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본다. 비슷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쉬어 갔던 그 장소에 앉아서, 그리고 누워서 서로의 기운을 흡수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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