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할부로 나마스테를 구입했다

아주 세속적인(secular) 신성(divinity)

by 해센스

약 100만 원을 주고 나마스테를 구입했다.


나마스테(Namaste)는 나는 당신에게 고개숙여 인사합니다(I bow to you)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로 인도나 네팔의 전통적인 인사말이다. I bow to you는 다른 사람의 가치(worth)와 신성(divinity)에 대한 존중과 인정(acknowledgement)의 표시라고 한다. 인정(acknowledgement)이란 어떤 것에 내포된 진실에 대한 이해와 수긍이다.


즉, 나마스테는 다른 사람의 가치와 그 사람의 내면의 신성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다는 뜻의 인사말이다.


내면의 신성(divinity)이란 신적인(divine) 상태나 신이나 여신의 특성을 가진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신성을 가졌다는 것은 더 높은 차원의 힘이나 신과 연관된 특성과 자질을 갖췄다는 뜻이다. 신과 관련된 자질에는 사랑, 지혜, 연민(compassion), 창의성,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


산스크리권 문화에서는 모든 존재에 이런 신성이 깃들어있다고 믿으며, 타인의 신성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모든 존재의 연결성과 일체(oneness)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체(oneness)의 개념은 우리에게 친숙한 카르마(karma)와도 연관되어 있는데 모든 존재가 연결되어 있으니 모든 존재에게 행하는 행동이 결국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나마스테는 타인의 내면에 살고 있는 신성을 알아봐 주고 신처럼 대해야 카르마의 공격을 받지 않게 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인사말이기도 하다.


요가 수업은 사바사나(sabasana)라는 송장처럼 편안하게 누워있는 자세로 끝나고 선생님은 나마스테라는 인사말로 수업을 마친다. 그리고 선생님과 수련생들은 나마스테라는 말로 좋은 카르마로 연결된다.




나도 결국 좋은 카르마를 얻기 위해 15개월어치 무제한 요가 수업을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요가가 목적이었다기보다는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의 고정 일과가 필요했다. 하루의 각 시간을 가격으로 매긴다면 나의 일과에서 아침이 가장 시간당 단가가 높은 시간영역 대이다. 나는 주식투자자이고 아침시간대에 돈이 되는 수많은 정보들이 가장 많이 쏟아진다. 그러니까 이 시간에 자고 있거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아침에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정보를 파악하고 싶은데 도저히 침대에서 조금 일찍 나오는 것이 어려웠다. 출근시간에 딱 맞춰 매일 회사에 도착했고 여유 없이 일과를 시작했다.


아스퍼거나 ADHD인들은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고 무언가를 바로 시작하는 것이 신경학적으로 어렵다.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야라고 하기엔 정말로 어렵다. 1년 동안 짝사랑하던 사람이 데이트 신청을 해서 데이트를 간다고 해도 첫 번째, 두 번째 알람에 맞춰 일어나서 준비할 수 없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마지막 알람에나 일어날 것이다. 그 정도로 일어나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려면 더 즉각적인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대면으로 만나서 카페에서 각자 할 것 하는 미라클모닝 모임이 있나 찾아봤더니 없었고 여의도에서 아침 요가 수업이 있길래 이거다 하고 등록했다.


난 이 습관을 매일 유지할 것이고 그러려면 99만 원짜리 멤버십은 아주 유용해 보였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집에서 나오고 출근 전 6시 45분 수업을 참석하겠다는 의지이다.


오늘 그 첫 나마스테를 들었고 나의 하루에 좋은 카르마가 시작되었다. 오늘 얻은 동기부여로 15개월 간 매일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탈 것이다. 고요한 아침에 요가 수련이 끝나고 나마스테를 듣기 위해서.


내가 좋아하는 편안함, 쾌적함, 고요함, 아름다움, 여유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그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벌려면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한적한 지하철을 기대했는데 급행열차에는 이 시간에도 꽤 사람이 많았다. 겨우 앉아서 가거나 서서 가야 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8시 반과는 비교도 안되게 훨씬 쾌적하다.


요가를 마치고 커피를 사서 회사로 걸어올 여유도 생겼다. 아침에 커피를 사고 싶은 곳이 딱 있는데 회사에서 20분 정도 거리이다. 마침 여기가 요가 센터와 가까워서 요가가 끝나고 커피를 사서 주식 방송을 들으며 회사로 걸어올 것이다.


원래 출근길은 지하철 역에서 나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야 했다. 그러다 보니 햇살이 망막으로 바로 쏟아져 눈이 부셔서 앞을 제대로 보기도 힘들었다.


요가가 끝나면 동여의도에서 서여의도로 햇살을 등지고 햇살이 비추는 풍경을 보며 눈을 똑바로 뜨고 걸을 수 있다.


이 시간만큼은 선글라스를 벗고 망막에 부드러운 햇살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정신과 의사들이 쓴 심리, 건강 도서에 하나같이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아침에 햇살을 쬐라고 한다.


하루 중 햇살의 가격대를 매기는 책도 있었는데 아침의 햇살이 가장 건강에 좋은 값비싼 햇살이라고 한다. 출근길에 이 햇살을 맞으며 약간의 산책할 시간을 벌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아침 요가의 가치는 충분하다.


도시의 게으른 직장인이 나마스테 하려면 돈이 든다. 하지만 나마스테로 만들어내는 더 좋은 카르마로 편안하고 반짝이는 삶을 살 것이다.


나는 편안하고 반짝이는 것을 사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시간을 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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