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처럼 일할 사주

철학원에서 사주보고 진로 상담한 이야기

by 해센스

전날 잠이 안 와서 사주 봐야지 하다가 월요일 오후에 시간차를 내고 철학원에 다녀왔다. 작명을 의뢰하러 간 김에 사주도 보고 왔다. 내 사주는 일이 엄청 많은 사주라고 한다.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고 피곤한 사주라고 한다. 그래도 일을 잘한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니까 내가 힘들어진다고 한다. 회사를 다녀도, 자영업을 해도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하니까 다 잘된다고 한다. 일하는 만큼 돈도 따라온다고 한다. 횡재수는 없지만 열심히 일하는 만큼 재물도 쌓이는 그런 사주라고 한다.


자영업을 해도 잘된다니, 그 말이 제일 좋았다. 회사일을 하면 열심히 하고 잘하는데 남 좋은 일 하는 것이니까 하는 만큼 벌 수 있는 일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갈리고 있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사주처럼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을 꾸준히 하고 있고, 운동하고 자기계발하고, 사람들 만나서 시간 보내고 평일에는 집에서 잠만 자고 나와서 출근한다. 주말에도 SNS, 글쓰기, 독서, 영어는 꾸준히 하고, 주말 중 하루는 혼자 쉬려고 마음먹어서 하루는 빨래하면서 보낸다. 빨래도 일이다. 그냥 쉬는 날은 엄밀히 말하면 하루도 없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데 하나도 제대로 안된다고 하면 풀죽었을텐데 다 잘한다고 하니 의욕이 생겼다. 더 소처럼 열심히 일할 의욕.


일을 많이 하기는 하는데 체력관리도 잘하고 있다. 운동도 주 4~5회 한다. 운동하는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고 힐링하는 시간이라서 억지로 하지는 않는다. 일을 하는 와중에 중간중간 나름대로 휴식을 취한다.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시스템이 아니라 일하는 틈틈이 쉰다. 리듬이 깨지는 것이 싫어서 길게 휴가내서 여행 가는 것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서 하루의 루틴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 주식 방송도 매일 들어야 하고, 신문도 읽어야 하는데 여행 가는 며칠 동안 그 루틴이 깨지면 투자의 감, 그리고 유행에서 살짝 멀어져서 선호하지 않는다. 여행을 가도 신문과 방송은 챙기려고 하는데 혼자 가는 것이 아니면 조금 차질이 생긴다.


여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체력이 소진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다 잘 해내려면 최상의 컨디션 유지가 중요한데, 나에게 편한 환경, 평소에 쓰는 제품과 물건들에서 벗어나니까 여행 갔다 오면 컨디션이 조금 떨어진다. 그래서 휴가나 여행계획은 항상 힘들지 않게 세웠다. 여행이 끝나고 하루 정도 집에서 푹 쉬고 출근할 수 있게 일정을 짰다. 숙소도 엄청 저렴한 곳은 찾지 않는다. 일을 하려면 컨디션 관리가 중요하니까. 나의 컨디션과 루틴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나의 일 순위이다.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능력과 나의 잠재력을 무한히 신뢰해서 컨디션을 희생해서 한두 푼 아끼는 것에 치중하지 않는다. 소처럼 일할 수 있는 컨디션 관리를 나도 모르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혼 얘기를 물어보다가 자녀가 있는 사주인지도 물어보았다. 자녀는 있고 아들이 3명, 딸이 3명…이라고 한다. 너무 많지 않냐고 하니까 가족계획을 하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일이 많은데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냐고 물어보니까 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안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하는 것이 늘어나도 다 잘할 수 있다. 모든 것들이 시너지를 내고 균형을 이룬다.


연애를 안 해도 일정이 꽉 차있어도 연애를 시작하면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열정과 에너지의 총량이 많다. 말을 그렇게 많이 안 하고 쓸데없는 것에 에너지 낭비를 안 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만 쏟을 에너지가 충분하다. 연애를 하면 연애가 나에게 필요한 사회적 상호작용과 글이 되고,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 결혼생활과 육아가 사회적 상호작용과 글이 될 것이다. 밖에서 사람들 만날 필요 없이 하고 싶은 것들 하면서 가족들과 사회적 욕구를 채우면 되니까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영어로 말도 하고 싶고 경제와 투자, 자기계발에 대한 책, 연애, 심리에 대한 깊은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영어로 내가 하고 싶은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모임을 만들었는데 아직 공식 회원은 없다. 사적인 영어 모임을 제안한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첫 번째 회원이긴 한데, 한 명이 더 들어와야 모임에 필요한 최소 인원 3명이 성립한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좋아하는 것들을 한꺼번에 모아봤다. 위아래로 최대 7살 정도 나이 차이의 내가 좋아하는 또래 사람들과 함께 빵집과 브런치집에 다니면서 영어로 경제와 사랑, 심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꿈. 경제와 심리에 동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없을 수도 있으니 둘 중 하나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된다.


함께 빵을 먹으며 투자와 심리에 대해 진솔하고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나와는 무리 없이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모임의 다른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에게도 오해를 사거나 위화감을 주지 않을 지인들만 모집해야 한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되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면 안 되고 혼자 자기 이야기만 길게 늘어놓아서도 안된다. 여기서도 이미 지인 중에 몇은 탈락이다. 영어를 능통하게 하면서 인간관계와 대화 스킬이 세련되고 주식 투자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많지 않다.


그래서 일하기도 바쁜데 영어스터디, 경제 모임, 독서 모임을 따로따로 가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들이 한꺼번에 충족되는 완벽한 모임을 구성하지 못했다. 물론 내가 가고 있는 곳들의 사람들이 제각각 이유로 좋고 또 보고 싶어서 한 번 갔던 곳들을 계속 가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하게 하고, 안정적인 근로 소득을 주는 직장, 내 실력만큼 돈을 벌어갈 수 있는 주식시장, 내 경험과 생각이 작품이 되는 글을 담는 공간, 내 취미와 시각적 재능이 차곡차곡 쌓이는 인스타그램까지 모든 곳들이 각기 다른 나의 일에 대한 욕구를 채워줘서 모두 다니는지도 모른다.


사주 봐주시는 분께, 회사의 조직생활과 하는 일이 적성에 안 맞아서 회사일을 영어 강사일로 바꾸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제일 열정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에세이와 자기계발서를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고정적인 수입원을 회사에서 강의로 바꾸는 것뿐 아니냐고 하셨다. 강사가 되면 지금 회사를 다니는 것보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할 시간이 더 적을 것이라고 하셨다.


회사를 그만두는 것에 대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이렇게 현실적이고 납득이 되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회사를 다니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하는 업무가 적성에 안 맞고, 지금은 주변 사람들이 좋지만 나중에 또 주변에 안 좋은 사람들이 꼬이면 그 사람들과 부대끼기 싫은 것이 크다. 그래도 시간적인 장점은 확실하게 있다. 글을 쓰기에 나쁘지 않다.


애초에 회사에 입사하지 않고 강사를 했으면 금전적으로도, 적성에도, 보람을 느끼는 것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건강과 체력이 좋지 않았다. 취준생 때는 몸이 안 좋아서 적당히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운동을 해서 체력과 건강이 좋아질 여유도, 투자 공부에 매진할 여유도 회사가 주었고, 글을 쓸 만큼 정신적으로 코너에 몰린 일도 회사가 주었다. 그래도 처음 주어진 업무에서 나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바로 퇴사하고 다른 일을 시작할 결단력이 없었던 것은 후회한다.


사주 봐주시는 분이 회사를 다니면서 출판도 하고 자기계발이든, 영어이든 콘텐츠를 우선 확실히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사주에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굉장히 좋은 조언을 얻었다.


내가 글쓰기를 통해 진짜로 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영향을 주는 것이다. 나는 가정을 꾸려도 일이 중요한 사람이라 여기저기서 부르면 가야 한다고 하셨다. 강연을 하러 방방곡곡으로 가는 상상만 해도 설렜다. 유튜브 시대니까 유튜브에서 먼저 말을 하기 시작하면 된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신경다양성에 대해서든 일반적인 철학과 심리, 인간관계 스킬에 대해서든 더 내공이 깊어져야 한다. 사주를 보고 와서 내가 가야 할 길에 대한 방향성과 지금 어떤 것을 부지런히, 꾸준히 준비해야 하는지가 더 명확해졌다.


나는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려면 책을 많이 읽고 부지런히 써야 한다. 준비가 되면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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