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하며 얼마나 솔직할 수 있을까

상처가 많은데 솔직하게 사랑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by 해센스

나를 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 나를 다 보여주는 연애를 하고 있다. 최대치로 솔직하고 최대치로 만족감을 느낀다. 만족감, 행복, 사랑받는 느낌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느낌의 다른 말이다.


나의 잘난 모습, 화려한 부분, 평범한 부분뿐 아니라 부족한 모습, 울퉁불퉁하고 상처투성이인 면, 평범하지 않은 모습까지 일부러 드러내서 보여주고 “나는 상관없다”, “괜찮다”, “지금 모습도 충분하다”라는 말을 듣는 일, 말없이 조용히 들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그의 옆에 있는 일이 내 삶을 괜찮게 만든다. 괜찮아지게 만든다.


내가 태어난 모습은 태어난 모습이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은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나는 그 조건과 상황 속에서 열심히 살아왔다. 오늘보다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 왔다. 그냥 그렇게 담담히 말할 수 있게 된 것. 내가 나를, 내가 걸어온 길을 긍정할 수 있게 된 것에 뿌듯하다. 어떤 단어를 붙일까 했는데 뿌듯하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자기 전에 울던 수많은 날들, 내가 나를 의심했던 날들,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지난 일들과 상황 때문에 움츠려들던 날들을 지나 담담히 글로 감정을 적어 내려가고, 스스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내 갈 길을 걸어왔던 날들에 난 열심히 살았다, 안 좋은 상황이나 사람에게 영향받지 않으려고 애써왔다고 말할 수 있게 된 나 자신이 그저 뿌듯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조금 더 많이 울었고, 조금 더 시행착오를 겪었고, 조금 더 발버둥 치며 살기도 했으며, 조금 더 자신감이 없었다. 연애를 안 하면 너무 외로웠고, 막상 연애를 하면 너무 불안했다. 불안한 건 싫지만 외로운 건 더 싫으니까 꾸역꾸역 몇 번의 연애를 했다. 연애도 학습했다. 직접 경험으로 시행착오를 겪기도 하고, 연애나 사랑에 관련된 책이나 유튜브 영상은 엄청나게 읽고 들었다.


사람을 잘 믿지 못할 만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믿어보기도 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보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을 믿기로 했다. 믿는 것이 믿지 않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누군가가 나를 속였다면, 또는 솔직하지 못했다면, 내가 더 솔직할 수 있게, 내 앞에서 완전히 마음 놓을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았던 탓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 아니라 진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김윤나 작가의 <<말 그릇>>이라는 책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사람들은 안전한 사람에게만 속마음을 열어 보인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아는 척하며 평가하지 않을 사람, 어떤 이야기를 꺼내고 성급히 결론짓지 않을 사람에게만 이야기를 나누어 준다.

김윤나, 말그릇


나의 전연인이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면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지 못한 나의 탓도 있으며, 내가 지금의 연인에게 솔직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내게 “안전한 사람”이 되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평가하거나 성급히 결론짓지 않고 내 옆에 있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나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혹여나 나의 이런 점을 받아들이지 못해 떠난다고 해도, 솔직했던 것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과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그리고 세상에는 나를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잘하는 것, 나의 좋은 모습을 꺼내서 보여주고 이야기해 주는 것은 쉽다. 그가 내 좋은 모습을 칭찬해 주는 것, 그리고 내 좋아 보이는 면으로 인해 그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런데 그런 것이 나를 진짜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진짜 깊은 행복을 가져다줄 때는 나의 상처, 부족한 모습, 세상의 기준에서 봤을 때 평범함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은 지점을 드러내 보여줬을 때도 그가 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사랑해 주는 것, 그래서 내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진다고 느낄 때이다.


그는 나의 통째를 사랑하는구나, 나는 안전하구나, 나는 그를 믿을 수 있구나라고 느낄 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느낀다. 내 존재가 비로소 누군가에게 온전히 인정받는 느낌, 내가 나로 존재하며 자신감 있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며 살아가는데 누군가 한 명이 뒤에서 그저 나를 묵묵히 바라봐주는 느낌에 행복을 느낀다.


모임에서 만난, 현재 아내와 7년간 연애하고 비혼주의자였다가 결국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는 지인이 이 얘기를 했다.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라는 말을 좋아한다고. 그리고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고. 혹시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무조건 붙잡아야 된다고.


난 이 말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렇게 사랑에 임하지 못했던 적이 많아서, 그리고 첫 책을 쓰면서 앞으로는 무조건 그렇게 사랑하기로 결심해서 이 말의 참뜻을 온몸으로 느낀다. 누구를 사랑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랑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누구를 만나도 솔직하게 사랑하려고 했다.


이제 내 마음을 솔직히 꺼내서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고,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도 마음을 보여줄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전함을 느끼는 상대 앞에서 내 상처도 담담히 꺼내서 이야기해 줄 수 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상처도 끌어안아 줄 수 있다.


상처 앞에서 도망가는 사람이 물론 많다. 상처를 어떻게 꺼내서 보여주는지나 스스로가 얼마나 중심이 잘 잡힌 사람인지를 평소에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연애 상대도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지이다. 연애할 준비나 누군가와 결혼할 결심 말고,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지가 중요하다.


“만나고 있는 연인에게 상처를 얼마나 드러낼 수 있을까요? ”, “얼마나 솔직하게 연애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는다면 안전하게 느끼는 만큼, 마음에 안정감이 드는 만큼 솔직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통째로 받아들여지고 싶은 마음이 단순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일부를 사랑받고 싶은 마음보다 크다면, 조금 모험을 해봐도 좋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무례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한에서 나 자신에 대해 잔인하게 솔직해야 한다.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사람, 내 손을 잡고 평생이라는 모험도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을 골라내려면, 다 잃을 것을 각오로 최대한 솔직해야 한다. 결혼적령기라면, 몇 년간 연애만 질질 끌다가 결국 흐지부지 되고 싶지 않다면, 조금 더 서둘러 솔직해야 한다.


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떠날 사람이라면 조금 더 일찍 떠날 수 있게, 그래서 나를 정말로 이해해 줄 사람, 그래서 진심으로 사랑받고 사랑한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 하루빨리 만날 수 있게 스스로에게 기회를 열어 두어야 한다.


서로 솔직했고, 서로의 마음을 얻었고, 세상을 얻었다.


든든하다.


이것이 솔직함이 주는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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