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좋아질 만큼 살았나 보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3살 이상 차이나는 연상 남자를 만나는 것을 선호해 왔다. 집에서도 첫째, 집안에서도 첫째라 일부러 연하를 만날 생각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동생들 돌보고 챙기는 것이 익숙해서 동생들은 굳이 남자로 안 느꼈다. 그렇다고 내가 어른스러운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생각하는 것은 성숙한 면도 있지만 행동하는 것은 아이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다. 사람들이 몇째냐고 물어보면 막내 같은 첫째라고 답한다. 집에서 손이 많이 가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는 오히려 나였어서 운 좋게도 압도적인 첫째처럼 자라진 않았다. 동생한테도 딱히 누나 같은 대접은 받지 않는다. bro나 집에서 키우는 딱히 귀엽지 않은 dog 같은 누나라면 누나다.
연하를 만난다고 딱히 일상생활에서 성숙미나 누나미를 뽐낼 생각은 없다. 연애를 한다면 그냥 아이처럼 같이 놀 연인을 원한다. 섬세하고 리더십 있는 내 기본 성향이 어느 정도 나올 수밖에 없겠지만 아마 연상을 선호하는 남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바라는 지점을 내가 채워주진 못할 것이다. 연상이어도 딱히 누나처럼 느껴지지 않고,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리지도 않은 독립적이고 재밌는 여자를 원한다면 내가 제격일지도.
나이 차이 나는 연애에 대한 압도적인 선호가 있었다. 입술이 도톰하고 수염이 구레나룻부터 턱수염까지 연결된 이성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강렬한 선호였다. 연하를 제대로 만나본 적이 없어서 나보다 많이 어리면 어떨지 상상이 되진 않지만, 예상하기로는 문안하게 흘러갈 것 같다. 오빠들이 그동안 나한테 해줬던 것처럼 나보다 한참 어린 연하남이라면 내가 한참 많이 관대함을 베풀어줄 것 같다. 어려서 그렇구나 하면서 웬만한 행동은 포용해 줄 것 같다. 집착을 제일 싫어해서 집착을 제외한 조금의 미성숙한 행동들은 다 포용해 줄 것 같다.
연하남은 모르겠지만, 나이 차이 나는 연상에 대해서는 좀 안다. 제일 오래 만났던 전남친과도 꽤 나이 차이가 났다.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 중에도 10살 정도 차이나는 사람들이 있는데, 대화도 잘 통하고 나랑 잘 맞는 편이다. 사실 40대는 넘어가야 소울이 조금 통하는 느낌이다. 조금은 세상사에 초월한 느낌이 있어야 대화가 편안하게 된다고 느껴진다.
연애 상대라면 4~5살 정도 연상이면 완벽하다고 느꼈다. 충분히 오빠미도 있으면서 나이도 그렇게까지 크게 차이 나지 않으니 마음이 가장 편했다. 그동안 심리적으로 마음 편하게 기댈 수 있는 연상 남자를 찾았던 것도 맞고, 무의식적으로 그들을 만나면 마음이 좀 안심이 되었던 것도 맞다. 한참 연상을 만났어도 그들이 동안이고 체력도 좋았어서 물리적인 나이차이를 크게 느끼지는 못했다. 이미 나이가 들었는데 이 정도라면 앞으로 더 나이가 들어도 웬만한 또래 이성을 만나는 것보다 내 남자친구가 앞으로도 계속 더 동안이겠다는 생각에 오히려 좋았다. 나이가 있는데 머리숱이 많으면, 그냥 머리숱이 많은 유전자를 가졌나 보다 하는 그런 논리였다.
그런데, 이제는 진짜 연하를 만나고 싶어졌다. 결혼까지 생각하니까 오빠들의 사고방식이 걸림돌이 된다고 느꼈다. 세대 차이인지, 문화 차이인지, 두 가지가 버무려진 무엇인지 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생각하는 것이 개방적인 편이고, 개인의 자유가 최대한 존중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타인에게 간섭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고, 주변 눈치 때문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나의 행복과 편안함을 희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나도 너한테 간섭하고 통제하지 않을 테니, 너도 나한테 간섭하고 통제하지 말라는 사고방식을 굳혔다. 처음부터 맞는 사람을 만날 것이고, 이 부분에 있어 맞지 않는 사람과 맞춰갈 생각이 없다.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내가 누군가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 평소에 싫어하는 조건들 마저 포용해 줄 생각이 들 때만 연애를 시작하려고 한다. 오래 만났던 연상의 연인들은 나에게 전혀 간섭하고 통제하는 부분이 없었다. 반대로 나는 조금 그런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당해보니, 너무 힘들어서 나도 완전히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기로 마음먹었다.
연하라고 간섭하고 통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어리면 귀엽다. 연하 만날 생각 하면 그냥 설렌다. 나도 이제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간섭을 해도 한참 오빠가 하는 것이나, 오빠 같지도 않은 1~2살 차이 나는 연상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보다는 동생이 간섭하려고 하는 것이 조금 귀여울 것 같다. 물론 동생이어도 간섭이 심하면 이별 각인 것은 마찬가지지만.
간섭 안 하고 남눈치 안 보고 공감능력 있는 한국남자 찾기 어려울 것 같아서 의도적으로 외국인을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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