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과민 ASD의 사람 간파 능력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쓴 글은 아니며 개인적인 경험과 추론을 담은 글이니 가볍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사람에 대한 간파를 꽤 잘한다. 내가 만나자마자 1분 안에 느낀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꽤 잘 맞는다. 1-2시간 동안 대화한 후의 느낌은 좋은 쪽으로 그 사람을 보고자 하는 의지로 인해, 또는 그 사람의 다른 장점에 가려져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3-4시간 정도를 대화하고 행동 양식을 지켜본다면 거의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판단은 1분 안에 받은 첫 느낌과 일치하는 방향이다.
예를 들면 에너지가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다라는 이미지를 처음에 받았다면 그 이미지 대로였고 어딘지 모르게 부정적이고 배려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느꼈다면 그 이미지 대로였다. 나는 사람의 눈빛만 보고도 선한 사람인지 여부, 성격과 성향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초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간파 능력은 감각 과민과 관찰에서 비롯된 학습에서 비롯한다. 나는 시각 과민이 있다. 시력은 썩 좋지 않다. 당연히 안경을 쓰고 봐야 기능적으로 더 잘 보인다. 감각 과민은 자폐인들이 흔하게 가지고 있는 상태인데 과민하다는 것은 자극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참고로 자폐인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감각은 상대적으로 둔감한 감각이다. 과민한 감각은 불편하기 때문에 피하는 감각이다. 외부의 소음이 너무 불편해(과민해) 늘 헤드셋을 끼는 드라마나 영화의 자폐인 클리셰를 생각하면 된다. 청각과민 때문에 헤드셋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나는 시각 과민이 있어 눈으로 어떤 사람이나 물체, 자연환경 등을 보면 아주 디테일하게(세부적으로) 보인다. 보통 사람보다 정보가 더 많고 정교하게 들어온다고 보면 된다. 남성의 머리카락 길이가 1mm 정도 짧아진 것도 내가 전후를 봤다면 알아차릴 수 있다. 불편하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이나 눈빛을 보는 것을 최대한 있는 힘껏 피하지만 어떤 자리가 생겨 누군가의 얼굴을 어쩔 수 없이 보게 된다면 얼굴 내의 수많은 시각적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와 그 사람에 대한 즉각적인 초기 판단이나 색안경이 생긴다.
얼굴에는 그 사람의 성격과 인생, 특히 최근의 심리 상태가 드러나있다. 자폐인이 미묘한 표정을 잘 모른다고 하는 데 맞다. 정확히 말하면 표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 입력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 표정이 어떤 감정인지를 딥러닝이 안 된 상태에서는 연결을 짓지 못하는 것이다. 사람은 무수히 많고 개별 사람의 표정도 너무나도 다양하다. ‘타인의 감정 알아차리기’라는 뉴로티피컬에게는 당연하게 작동하는 센서가 고장 난 자폐인들은 딥러닝 과정을 반복한다고 해도 계속 모르는 문제에 맞닥뜨린다.
표정과 감정의 연결은 못하지만 자주 짓는 표정과 습관으로 인해 굳어진 얼굴의 주름, 이목구비의 변형된 방향과 모양 등을 세부적으로 보고 사람의 성격 추론이 가능하다. 이것을 나는 뉴로티피컬보다 잘한다. 말할 때 입꼬리가 주로 내려가고 그런 습관으로 인해 아래쪽으로 향하게 주름이 잡힌 누군가의 얼굴을 내 눈은 사진이나 동영상처럼 찍는다. 이런 얼굴을 가졌다면 어떤 성격일지 유추가 된다. 이런 식으로 사람의 성격을 남들보다 빨리 파악하는 것이다.
탐욕과 시기심으로 인해 특정 모양의 주름이 많이 생기고 이목구비의 모양도 그에 맞춰 변해 버린 사람이 있다. 내 눈엔 시각적 정보가 극대화되어 일반인이 보는 것보다 그 사람이 훨씬 더 마귀처럼 무섭게 보인다. 무섭고 흉측하니까 절대로 볼 수 없다. 이런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도록 무조건적으로 피한다.
난 무섭거나 징그러운 그림, 사진, 드라마, 영화 등도 절대적으로 피한다. 영화는 그래서 코미디, 로맨스, 다큐멘터리 성장 영화, 애니메이션만 본다. 의도치 않게 기괴한 사진 등을 보게 되면 스트레스가 심하다. 인터넷에 게시물에도 올릴 때도 시각 과민 자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클릭해서 볼 수 있게 한다든지, 사전 경고라든지 하는 그런 배려를 말하는 것이다. 음습한 분위기를 싫어하기 때문에 식당이나 숙소에도 엄청 까다롭다. 자폐인들이 늘 가는 길로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치다. 항상 똑같은 길로 처음부터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루트를 탐색해보고 가장 불편감을 덜 주는 루트를 발견했다면 그 길로만 가는 것이다.
자폐인들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초반에 생긴다. 아이가 무섭게 생긴 사람을 보고 자지러지게 울고 절대 그 사람에게 안 가려고 하는 것과 똑같다. 성인이지만 내면적으로 그런 공포와 거부감을 느낀다. 시각 과민인 나는 최소한 그렇다. 선하고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얼굴과 음습한 에너지를 풍기는 얼굴이 확실하게 구별이 된다. 이것은 잘생기고 못 생기고의 차이가 아니다.
나는 빛에 굉장히 민감한데 사람의 눈빛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사람의 눈빛은 굉장히 강하다. 눈빛은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맑은 사람, 스스로에 대해 확신이 있는 사람, 확신을 긍정적인 곳에 쓰고자 하는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반대로 음침한 사람의 눈빛도 존재한다. 나에 대해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꽤 정확히 느껴진다.
그래서 선글라스가 마치 지체장애인의 휠체어처럼 늘 필요한 것이다. 밖에서는 햇빛이나, 햇빛에서 반사되는 빛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가 필요하지만 실내에서도 사람이 내뿜는 눈빛으로 인해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너무 많은 자극은 사람을 탈진하게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온 인생과 그들이 내뿜는 빛과 색에서 보호막이 필요하다.
혹시 내가 실내에서도 색깔이 있는 안경을 쓰고 나타는 것을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본다면 이런 이유에서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내가 이성적 판단력을 잃을 때나 잘 모를 때는 이성적 호감이 내 쪽이든 상대방 쪽이든 가미되어 있을 때다. 솔직히 말하면 소개팅 자리에서 만난 게 아니라면 상대의 눈빛이 나를 좋아하는 눈빛인지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눈빛인지 그런 ‘감정’은 즉시 파악이 어렵다.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 눈빛을 보내면 불편하고 부담스럽긴 하지만 고맙고 좋은 마음에 나노 단위 객관적인 판단력이 조금 흐려지는 것 같다. 하지만 속으론 ‘나한테 바라는 것 있나’, ‘어떤 면에서 이용하려고 하나’ 이런 경계는 늘 한다. 여성들에게서 나오는 바라는 것이 있을 때의 눈빛은 회사에서 경험해 봐서 안다. 본인의 귀찮은 업무를 떠맡기고 여러 상황에서 의존할 숙주로 이용하고자 하는 그런 눈빛.
아스퍼거는 사회적 대처 능력이 떨어지기 어떤 사람에게서 초반에 얻은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여 추론한 후 그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 당하지 않기 위해 사람에 대한 관찰과 나름대로의 통계적 분석에 목숨을 걸다 보니 사람을 잘 파악하게 되었다. 또한 그 그룹에서 통용되는 행동을 모방해서 하려면 누가 어떤 행동을 하는지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마스킹에 능한 여성 아스피들에게는 특히 더 관찰과 모방이 체화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사람의 외형이 주는 수많은 시각적 정보가 더 많이 입력되어 이를 통해 추론하며, 습관적으로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하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종합적 판단이 빠르고 정확한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