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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센스 Jul 11. 2024

오늘은 꼬인 목걸이 줄이나 풀어야겠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의 원씽(one thing)에 대해 생각했다. 원씽이라는 책을 읽고 궁극적인 목표를 위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시해서 하루를 설계하라는 개념에 매료되어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었다.


글을 쓰는 일도, 먹는 일도, 책을 읽는 것도, 한국어교원 자격증을 취득해 보겠다고 사이버대학교의 강의를 듣는 것도, 당연히 회사일을 하는 것도 어떤 것도 그렇게 설레진 않았다. 오늘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에 이것만은 꼭 해야겠다 하고 의욕에 불타는 일도 떠오르지 않았다.


글 쓰고 철학책 읽는 것이 그나마 제일 몰입되는 일이었는데 그마저도 조금은 맹목적이고 기계적으로 하다 보니 오늘은 열정이 샘솟지 않았다. 그래도 오늘의 원씽을 찾고 싶었다.


원피스를 입고 목이 허전해 목걸이를 하고 싶은데 딱 하고 싶은 그 목걸이는 몇 달 전부터 줄이 꼬인 채 방치되어 있었다. 그래, 오늘은 이거나 풀자 하고 가방에 목걸이를 쓱 집어넣고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앉아있는데 역시나 의욕이 하나도 안 생겼다. 어제 받은 내상 때문인가 싶었다.


자유롭게 살기 위해 인정욕구는 한참 많이 내려놓고 지내지만 그래도 지적받는 것이나 무례한 취급을 당하는 것에도 아주 괜찮을 리는 없었다.


얼굴 한번 직접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출근하자마자 다짜고짜 10시까지 어떤 일을 처리해 놓으라는 요구에 일단 내 하루의 우선순위를 간섭받는 느낌에 달갑지 않았다.


양해를 구하는 말도, 그렇게 짧은 기한에 처리해야만 하는 구체적인 사유도 없이, 퇴근한 걸로 보여서 메일로 남겨놓는다는 반말투로 시작되는 메일 시작 문구를 보자 화가 치솟을 정도는 아니지만 익숙한 언짢음이 올라왔다.


내가 왜 회사를 다니기 싫은지 되새겨졌다. 적당한 예의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은데,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모든 종교의 황금률도 지키지 않는 이런 무례한 사람들에게 상시적으로 노출되는 데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 강한 동기였다.


하라는 일을 하려고 내키지 않는 시간에 내키지 않는 노력을 나름대로 쏟았는데, 돌아온 것은 메신저 대화창 속 장문의 지적과 잔소리였다. 감정적인 대꾸도 하고 싶지 않고, 그날의 그녀의 기분과 태도에 영향받고 싶지도 않아 그냥 네, 네, 알겠습니다로 대화를 종료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무례함에는 부정적인 감정의 잔여물이 남았다.


요즘 주식 투자도 잘되고, 글도 꾸준히 쓰고, 책도 많이 읽고, 운동도 더 많이 하고, 살면서 해본 중 가장 좋은 연애도 하고 있는데, 다음 날까지 자신감과 자기가치감이 조금이나마 떨어지는 기분은 어쩌지 못했다.


남자친구가 그 사람은 기본 소양도 못 갖추고 못생긴 데다가 아마 남편도 힘들게 할 것이라며 인신공격을 더해 실컷 욕해줘서 마음은 좀 시원해졌지만 그래도 내 자신감은 다시 내가 끌어올려야겠다 싶었다.


아무것도 제대로 손에 안 잡히다가 마침 그 목걸이 줄이 떠올랐다.


꼬인 목걸이줄을 풀어내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심, 그리고 수시간에 걸친 수작업이 필요한 일이다. 운동하기 전 목걸이를 툭 풀어 가방에 쓱 넣어놓으면 그렇게 꼬이게 마련인데, 다시 풀어내서 착용가능한 상태로 복원시키기까지는 툭 풀어놓는데 걸리는 시간의 만 배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


이걸 풀어내면, 오늘의 옷에 딱 어울리는 이 목걸이를 착용할 수 있을뿐더러 이 어렵고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오디오북을 듣는 것도, 평소 좋아하는 유튜브를 듣는 것도, 읽고 싶었던 책을 읽는 것마저 의욕이 안 생기는 오늘 같은 날, 이 목걸이 줄을 풀어내는데 손끝 감각과 시선을 집중하는 것이 나의 원씽이 될 지어다.




만 초의 시간을 투입한 끝에 나는 이 목걸이 줄을 풀어냈다.


나는 해냈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오로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나를 위한 일을 나는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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