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고립을 택하고 있다
2주 정도 자발적인 고립을 택하고 있다. 날이 뜨거워서 여름에는 점심을 특별한 날이 아니면 스킵해야겠다 싶었다. 마침 가끔씩 같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자고 하는 부장님도 병가를 길게 내셨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오전에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먹었다. 점심시간까지 활용해서 글을 쓰면 완성까지 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애하고 자격증 공부까지 하다 보니까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이 확 줄었다.
투자를 위해 투입하는 최소한의 시간이나 일기를 쓰는 시간, 남자친구와 대화하는 시간, 주말에 온전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휴식하는 시간, 운동하는 시간, 독서모임에서 사람들과 삶의 보다 깊은 질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타협할 수는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대화하는 시간은 행복을 온전히 누리는 인생의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순간이니까 그 시간을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좋은 동반자가 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인데, 글을 쓰기 위해 사랑을 하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발상이었다.
게리 켈리, 페이 파파산의 <<원씽>>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서 수많은 할 일 목록 중 가장 중요한 단 하나만 남을 때까지 끊임없이 자문하라고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을 중심으로 하루를 조직하라고 한다.
마침 석세스 다이어리에 인생 목표를 매일 쓰며, 내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결국 글을 쓰고, 어떻게 사랑하고 대화하고 나 자신, 그리고 타인과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말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격증 공부는 그저 인생의 하나의 도구를 갖기 위한, 또는 보다 큰 목표에 도움이 되는 부차적인 과정이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 글쓰기를 가장 먼저 하기로 마음먹었고, 성장을 위한 독서와 멘토가 될만한 사람들의 강연이나 이야기를 듣는 것에 무조건 시간을 내서 꾸준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서모임에서 1월부터 함께 책을 읽고 있는 분이 골라준 원씽이라는 책에서 마침 내가 얼마 전 설정한 방향성과 완전히 동일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운명 같았다.
이 책에서는 성공하는 사람들은 다른 이들이 나중에 하려고 하는 일을 먼저 하고, 다른 이들이 먼저 하려는 일은 뒤로, 때로는 무기한으로 미룬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뚜렷한 우선순위를 가지고 일한다고 한다.
요즘 읽고 있었던 안토니아 케이스의 <<이 삶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었든>>이라는 책에서는 <<에센셜리즘>>을 쓴 그렉 멕커운에 다르면 무엇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고 우리의 의도된 목적에 들어맞는 활동을 뽑아내라고 한다.
우리가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을 가지려고 한다면 결국은 가장자리로 밀려난 것들을 놓치거나 버릴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할 것을 신중하고도 결단력 있게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우리 대신 결정하게 될 것이고 머지않아 우리는 스스로에게 의미 있고 중요한 것들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나는 그래서 점심시간을 다시 내 시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요가를 하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했지만, 당분간은 그보다 더 중요한 나의 원씽, 글쓰기를 위해 할애하기로 했다.
원씽이라는 책에 따르면 우리의 의지력 역시 한정된 자원이라고 한다. 새로운 행동을 시작하는 것이나, 감정을 억누르는 것, 유혹에 저항하는 것, 시험을 보는 것, 다른 이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과 같은 행동들 역시 의지력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소진시키는 일이라고 한다.
의지력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이 책에서 제안하는 대로 의지력이 가장 높을 때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즉, 아침이나 오전에 다른 이들로 의지력이 떨어지기 전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에 의지력을 쏟아야 한다.
만약에 점심시간에 직장 동료와 식사를 하며 감정과 충동을 억눌렀다면 그만큼 의지력이 부족한 상태로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하는 대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면 좋지만, 보통 밤에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고 조금 늦게 자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의지력이 가장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오전과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리고 한동안 스쳐갔던 사람들과는 다르게 연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진짜 속얘기를 하고 지내다 보니, 그보다 나를 더 잘 알아주고 이해해주지 않는 사람과의 교류에 대한 욕구가 줄었다.
연애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 중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연애를 한다고 다른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사람을 향한 관심과 감정이라는 한정된 자원 역시 자연스럽게 치우칠 수밖에 없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미와 관심사를 공유하는 가장 친한 친구나, 감정을 가장 소상히 교류하는 연인과도 교류하지 못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
내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의 인생 목표에 대한 부분이다. 연인은 이를 지지해 줄 수는 없지만, 결국은 나의 목표이고 오직 내가 최선을 대해 추구해야 하는 지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내가 스스로 시간활용의 우선순위를 세워 몰입할 때 결국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좋은 일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