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긍정 연애상담
마르코오빠에게 그냥 둘이 결혼했으면.. 이라는 메시지가 왔다. 화해했냐고 물어보길래 화해했다고 하니, ^---------^
그냥 둘이 사랑하게 해주세요~~
(하트 이모티콘들과 커플이모티콘)
이 왔다.
싸울 때마다 힘들다고 왜 싸웠고, 뭐가 힘든지 말하는데 그래도 토끼 같은 남자친구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한다.
남자친구 사진과 #아기토끼 로 검색해서 나온 사진을 같이 보냈더니 닮아서 이름 앞에 토끼를 붙여 토끼타미라고 부르는데 요즘 마르코오빠는 “토끼타미랑 잘지내?”, “화해함?” 이라고 대화를 시작한다.
한 번은 전에는 결혼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자주 싸우니까 아닌 것 같다고 하다가도 다음 날에는 “결혼 전에도 싸우고 결혼 후에도 초반에 싸우다가 나중에는 서로 배려해서 안 싸우는 경우도 있대. ”라며 다시 메시지가 온다.
싸울 때 가끔씩 화를 내서 힘들다고 하면, 의료계통 종사자이자 몸 관련된 잡지식이 많은 마르코 오빠는 쉽게 노하는 것은 간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 남자친구에게 ”오빠, 화가 많은 것은 간이 안 좋아서 그렇대. 간 영양제 찾아볼게. “라며 메시지를 보낸다.
‘아무리 싸워도 그렇지 왜 나한테 화를 내지?’라고 생각하면 더 기분이 안 좋은데, 믿거나 말거나 그냥 간 때문이라고 하면 한 발짝 물러나 수긍하게 된다. 남자친구에게 도수치료를 해준 적 있는 마르코오빠는 그의 얼굴이 부은 것을 보며, 얼굴이 부은 것은 보통 간이 안 좋아서 그렇다고 한 적이 있었다.
나도 만만치 않게 화가 쉽게 나는데, 내가 간이 안 좋은가? 라며 오히려 내가 간에 좋은 것들을 챙겨 먹으면 덜 싸우려나 싶어 진다.
얼마 전에도 싸우다가 기분이 상해서 혼자 시간 보내겠다고 하고 시간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며칠 뒤 화해했냐며 그냥 둘이 결혼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전남친도 헤어지고 나서 좋은 남자라고 얘기했었다며, 지금 남자친구도 헤어지면 후회할 것 같다고 한다.
마르코오빠는 “팩트 하나 이야기해줄까?” 하며 말을 이어나간다.
남친 가정적인 남자라 괜찮을 것 같고, 지금까지 만나 온 남자들 레벨이 갈수록 올라갔으면, 다른 사람 만나는 것이 좋을 수도 있고…라고 한다.
아닌 듯?이라고 하니까 그래서 타미..라고 한다.
이 사람과 앞으로 인생 같이 살면 행복할까 싶은 생각 든다고 하니까, 그것도 기대 안 해야 한다며 타미와 결혼할 듯..으로 이 주제를 일단락 짓는다.
연애를 할 때 감정에 따라 생각은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갔다가 한다. 붙어있으며 감정이 너무 좋을 땐 이 사람하고 함께하면 그래도 대체로 행복할 것 같다가 대화가 안 되는 것 같아 서로 한숨을 푹푹 쉴 때는 역시 관계는 고통이구나 싶다.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유튜브를 틀면, 온통 헤어져야 할 이유에 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그래도 마르코 오빠랑 띄엄띄엄 이야기하며 시간을 가지다 보면, 어느새 토끼 같은 남자친구의 마음도 이해가 되고, 문제와 갈등은 애초에 나로부터 시작되었구나 싶어 진다.
안 그래도 싸우다가 화해했는데, 지하철 역에서 뒤늦게 기후동행카드를 사서 사이트에 등록하려다가 잘 안 돼서 화내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고 ‘역시나 저 사람은 화가 많아서 안돼. ’라며 시무룩해하며 돌아갔던 적이 있다.
회사 선배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며 전에는 서로 장점만 보았는데, 이제는 서로 단점도 본다고 하니, 선배는 그건 좋은 일이라고 한다. 그동안은 주로 짧은 연애만 해서 장점만 보고 연애에 설렘과 환상 위주로 가졌다면, 이제는 단점을 알게 될 만큼 어떤 사람을 오래 만난 것이니 좋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서 이미 그날의 한계치가 찼으면 그럴 수도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시간이 조금 지나니 그런 생각이 들며 그를 이해했다. 나 역시 그때는 인내심의 한계치가 가득 차 있어서, 나한테 화낸 것도 아니지만 내 옆에서 화내는 그의 모습이 싫었는데, 그도 나 때문에 이미 그날의 인내심이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구나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 씩씩 거리며 허구한 날 화내는 사람은 아니니까.
자산관리를 업으로 하는 동생과 이야기하다가 남자친구 이야기가 나왔는데, 남자친구는 재테크에 크게 관심 없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잘됐다고 누나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의견이 서로 부딪치면 힘들 수도 있는데, 결혼했을 때 믿고 따라와 주면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긍정의 렌즈로 보면 좋아 보이고 부정의 렌즈로 보면 나빠 보인다. 기분이 좋으면 다 괜찮을 것 같고, 기분이 안 좋으면 문제 투성이로 보인다.
격하 감정의 풍랑이 잠잠해지고 차분한 상태에서 생각해 봤을 때 문제가 내 기대와 내 마음에서 비롯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헤어져야 할 이유이다.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내 마음에서 일어난 문제는 헤어지지 않아야 할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