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 사랑에 대한 대답
사랑이란 수용과 인내이다.
Love is accepting and patient.
있는 그대로 어떤 사람을 인정하고 그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 사랑이다.
타인에 대해 아는 것 같지만 알 수 있는 부분은 일부분이다.
시간을 들여 관찰하고 관심을 가지고 살펴봐야 알 수 있다. 그 사람의 글도, 말도 일부에 불과하다.
그 글을 쓴 사람도, 말을 한 사람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스스로를 찾아가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옆에 있는 게 너무 편안해서 처음엔 알아채지 못할 때도 있다.
처음에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좋은 것 같다. 불편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시선이나 언어에서 쨍그랑 소리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니까.
존재를 인식하고 나면 그 사람의 분위기가 보이고 그 사람의 시선이 보인다.
나와 같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이구나, 나와 시선이 꽂히는 곳이 같은 사람이구나라는 것이 보인다.
나의 고민과 편견에 빠져 있을 때는 타인이 보이지 않는다. 고민이 걷히고 주변에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타인의 마음도 조금씩 보인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다 보면 수많은 물음표가 생겨난다. 이 말의 의미, 이 행동의 의미가 궁금하다. 그 사람의 지난 과거, 그리고 현재가 궁금하다.
하지만 모든 물음표를 느낌표로 섣불리 바꾸려고 하는 것은 성숙한 사랑이 아니다(나는 솔로 모솔특집 광수를 보며 거울 치료 중).
사람은 자신의 마음도 잘 모를 때가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는 시간이든, 타인에 대한 감정을 알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든 상대방의 시간을 기다려주고 존중해 주는 것이 사랑이다.
누군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 모든 과정이 다 사랑이다. 내 마음에 대해 알게 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시간이다.
관계를 시작할 때 섣불리 느낌표로 다 바꾸려고 하면, 모든 호기심(?)을 다 해소해서 아, 이거구나(!)로 바꾸려고 하면 마침표(관계의 종결)도 빠르게 다가올 수 있다.
상대방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 대답을 들어도 해석의 오류가 생길 수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싹틀 만큼 충분한 시간이 들지 않았는데 한마디 대답에 기존의 편견이 더해져 더 큰 오해와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
물음표는 물음표로 남겨놓다가 서서히 마음속에서 느낌표가 생겨나야 한다. 스스로의 물음표를 알 수 있을 때까지, 그리고 타인이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 줄 때까지 인내가 필요하다.
이 물음표를 제삼자에게 의존해 느낌표로 바꾸는 것은 가장 안 좋다. 타인에게 사랑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내 마음을 조금 가볍게 만든 것에 만족해야 한다.
물음표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믿어야 한다. 제삼자는 가장 잘 모른다.
이미 나와 가장 영혼의 모양이 비슷한 그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데 영혼의 모양이 훨씬 많이 다른 제삼자의 가벼운 말에 흔들릴 이유가 없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언제나 내 직감을 믿는 것, 물음표가 생겨나기 전의 일상을 영유하는 것이 좋다.
모든 과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언제나 나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고 자존감을 놓지 않는 한 타인을 이해하고 인내하는 것은 무해하다.
그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