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인은 회자된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by 해센스

아스퍼거인들은 늘 입에 오르내리고 소비된다. 사람들이 잠깐이라도 모인 자리에서 아스피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며, 커피를 마시며 잠시라도 시간이 나면 그 자리에 없는 아스피 이야기는 꼭 나온다. 심지어 아스피가 다른 아스피를 칭하며 독특하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독특함에 특정한 이름이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독특하기에 심지어 회사를 나간 후에도 회사 사람들 사이에 그의 이름과 행동 양식이 오르내린다. 실제로 아는 아스피 얘기가 아니라면 리얼리티에 나온 아스피를 즐겁게 소비한다. 아스피 지인, 리얼리티쇼의 아스피, 드라마나 영화 속의 아스피 등 아스피는 늘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 회자되고 소비된다.


아스퍼거인 이야기가 나올 때 함께 등장하는 문장은 대게 이렇다. ”하여간 독특했다 “, ”캐릭터가 있었다 “, “이상하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주요 내용)“, “좋으시긴 한데 ~(주요 내용)”. “순수하긴 한데 ~(주요 내용), “입맛이 까다로웠다, 특이했다” 등.


아스퍼거인이라도 성격과 인품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말이 아주 많고 어떤 사람은 말이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과도하게 활동적이고 어떤 사람은 정적이어 보인다. 정적이어 보여도 사실 작은 움직임은 많다. 아스피나 ADHD인이 어떤 것에 몰입해있지 않는 이상 완전히 가만히 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떤 사람은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한다. 어떤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자신의 규칙에 과도하고 집착하고 어떤 사람은 역지사지를 더 잘한다.


이렇게 제각각 다르지만 공통점은 전형적(typical)이지 않다는 것이다. 비전형적(atypical)이기에 독특하다는 칭호가 붙고 그래서 사람들의 입에 오고 내린다. 대부분의 신경전형인보다 과도하게 해맑고 장난기가 많고 과도하게 솔직하고 어떤 것이나 사안에 대해 과도하게 진지하고 열정적이다.


아스퍼거인들은 누구보다 겉과 속을 일치시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에 최대한의 열정을 쏟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보다 스스로의 본질과 가장 강하게 연결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때로는 이 진실, 속마음을 말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어느 자리에서 아스피의 직언에 상처받은 사람들은 아스피가 없는 자리에서 ”대화해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데 “로 시작하는 아스피 이야기를 꺼낸다. 어쨌든 언짢았고, 직접 말하진 못하겠고 그래서 더 없는 자리에서 아스피를 소비해야만 하는 상태로 변한다. 나도 아스피지만 다른 아스피의 직설 화법에 적잖이 당황해 밥이 안 넘어갈 뻔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가장 조심하려고 하는 부분도 속마음을 다 말하지 않기인데, 늘 쉽지만은 않다.


아스피는 회자되어야 한다. 회자되지 않고 있다면 가면을 너무 단단하게 쓰고 있는 것이다. 혼자 있는 공간 또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아스피는 그제야 가면을 벗고 한동안의 시간을 사회에서 자신을 숨기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푸느라 쓴다. 가면은 언젠가는 흘러내린다. 유튜브에서 뒤늦게 본인의 자폐스펙트럼을 알게 된 아스퍼거 노인들이 가면이 흘러내리고 있고 너무나도 지친다고 말하는 장면을 보았다. 노인이 될 때까지 자신의 본모습을 꽁꽁 숨기고 신경전형인과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아스피라면 모두에게 “나 아스피에요, 자폐스펙트럼이에요!”라고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독특함을 조금씩 조금씩 드러내야 한다. 사회에서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만들어가는 방법도 계속 학습해야 하지만 개성을 가능한 드러내고 사람들도 아스피의 니즈를 존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원래 좀 독특한 사람“이 되는 편이 훨씬 정신 건강, 신체 건강에 훨씬 좋다.


오늘도 사람들과 삼삼오오 모여 아스피 이야기를 했다면 그들의 행동에 이름이 있음을, 결코 그렇게 적지 않은, 인구의 1~2% 가량의 이 사람들에게는 99%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특이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긍정적으로 소비되고 싶다. 웃음과 재미, 통찰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고 나 하나로 인해 다양성이 더 자연스러워지는 환경으로 바꾸고 싶다. 내가 현재 일하는 부서 인원의 반은 신경다양인이다. 신경다양인은 흔하고, 신경다양인이 존재함으로 인해 모두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신경다양인은 보이지 않게 주변을 모두가 자기다워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꾼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