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업에 종사하건, 동종 업계로의 이직은 조심스럽다. 재직 중에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을 보면, 동료도 모르게 경쟁사를 포함한 타사에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지만, 여러 가지 경로로 이직 중임이 드러나게 된다.
자신의 이력서가 타사의 인사팀이나 헤드헌터를 통해 검색되기를 바라며, 구직 상태를 "구직 중"으로 변경한다. 물론, 재직 중인 회사(이하 "A"사)에서 자신의 이력서가 검색되지 않도록 설정할 수 있지만, 만일 A사에서 헤드헌터를 이용 중인 경우 헤드헌터는 모든 구직자의 이력서를 볼 수 있기 때문에 A사의 직원이 구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이 A사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100% 보장할 수 없다.
이직을 희망하는 B사에 이력서를 제출한다. B사의 인사팀 담당자 또는 B사의 해당 부서 팀장/부서장들에게 나의 이력서가 공개되는 경우, B사의 관련인들이 A사의 지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업계가 좁다는 것은, 이 업계에 몸담는 이들이 주로 이직할 수 있는 회사들이 한정적이라는 것이고 지인들과 인맥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것이다.
B사에서 무사히 채용 전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지막으로 평판조회 절차가 남은 경우 내가 제공한 "추천인" 정보로 연락을 취하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많은 기업에서는 헤드헌팅 서비스를 이용하고, 그 서비스 중 평판조회 서비스가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때 헤드헌터는 현재/과거에 근무했던 회사에 재직 중인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여 나에 대한 평판조회를 요청하게 되는데 이게 누가 될지 알 수가 없다.
회사 대표 시절, 헤드헌터에게 연락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특이한 케이스도 다수 접했다.
- 단기 재택 프리랜서로 일했던 이가 나를 추천인으로 등록하여 나에게 평판조회 요청이 온 경우 (이 경우 해당인을 평가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없기에 응할 수 없다)
- 평판조회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는지 자신의 이력서에 직급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맡은 직무나 성과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경우
평판조회의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이력서 상의 거짓 정보가 드러나거나, 감추고 싶었던 퇴사 사유가 평판조회 시 드러나는 바람에 입사가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나의 평판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 해보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물론 업무적으로 나에게 주어진 일과 책임에 최선을 다했고 상식적인 선에서 단체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는 평판이라는 것을 굳이 별도로 관리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력서에 거짓 정보를 기재하거나, 전 직장에서 퇴사 시 불미스러운 이슈가 있었던 경우, 평판조회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니 이 부분 주의해야 한다.
또한, 갑자기 잡힌 면접에 참석하고자 거짓 사유로 반차를 쓰거나 병원에 간다고 조퇴를 하고 타사 면접을 보러 갔다가 그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연차가 가능하다면 "개인 사유"로 연차를 쓰거나, 지원하는 회사에 면접 시간 조정이 가능한지 양해를 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타사 재직 중인 지원자에 대한 면접 시간 조정은 지원자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직을 하려거든, 은밀하게 성공하자.
깔끔하게 떠나고 멋지게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