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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et Lounge Apr 28. 2022

사내 연애, 비밀은 없다

아이돌도 아니고 사내 연애 금지하는 회사가 어디 있으랴?


다 큰 성인들이 다니는 곳이 회사 아니던가. 사내 연애를 하건, 동료끼리 결혼을 하건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물론, 사내 연애를 하는 것을 밝히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해한다. 나라도 그랬을 테다. 조직 내에서라도 타인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맞을 것이며, 사실 타인의 사생활에 관심 따위 없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그들의 사적 관계가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이다.  


그러나 연애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더라도 누가 봐도 사귀는 관계라는 것을 다 느낄 수 있을 만큼 행동을 한다면 그들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알게 된다. 궁금해서 알아본 게 아니라 "보이니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이라는 편이 맞겠다. 퇴근길에 사람 많은 지하철 역사에 들어가자마자 둘이 팔짱을 끼고, 주말에는 영화관에서 손을 잡고 데이트하는 모습이 다수에게 목격이 된 후 이들의 연애는 사내에 공공연히 알려지게 되었다. 물론, 그 당사자 두 명은 그들의 연애를 비밀에 부치고 싶었는지 회사에서는 철저히 남처럼 굴었고, 직원들 역시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들의 개인적인 관계가 공적인 업무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남직원은 여자 친구인 여직원을 감싸기 시작했고, 업무 시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여자 친구가 아닌 다른 직원에게서 잘못을 찾았다. 득이 되는 업무가 있는 경우 여자 친구에게 업무를 배정하고자 했고, 모두가 꺼려하는 업무에서는 여자 친구가 맡는 것이 정당한 상황에서도 배제시켰다. 타인의 업무 성과를 여자 친구의 공으로 돌려주고자 했고, 제삼자에게 공개해서는 안 되는 각종 정보도 여자 친구에게 발설하여 분란을 조장했다. 이러한 상황이 결국 문제가 되고, 참다못한 다수의 직원들이 공식적으로 부당함을 주장하며 그 원인으로 <두 사람의 사적 관계>가 지목되자 이 커플은 울고 불고 화를 내며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길길이 날뛰었다.


 



<도둑질을 하면 안 된다>만큼이나 살아오면서 많이 들어왔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가르침은 참으로 명언이 아닌가. 우리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받고 산다. 직장에서 사귄 동료들과 "언니 동생 친구 사이"로 지내며 퇴근 후나 주말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업무 진행 중 서로 감정이 상해 한순간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되기도 하고, 일하며 "마음을 나누었던" 동료가 퇴사하는 순간 나를 빠르게 손절하는 모습을 보고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며, 팀장으로서 "각별히 아끼던" 팀원이 다른 팀원들과 나의 험담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나를 위해준다 생각"했던 팀장이 상부에 나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왔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도 한다. 나의 업무 능력과 "인간성"을 특별히 신뢰한다고 생각했던 사장이 알고 보니 나보다 적은 연봉의 직원을 데려오기 어려워 곁에 둔 것이라는 사실에 며칠을 앓아눕기도 한다. 이게 모두 실제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그것도 무수히 많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애정 관계도 마찬가지. 애정행각이 여러 명에게 목격되고 엄연히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되었지만 그들만 끝까지 아니라고 잡아뗀다. 그들의 관계가 철저히 사적인 관계에서 끝이 났다면 그 누가 뭐라 하겠는가. 요즘 세상에 남의 애정사에 큰 관심이나 뒀겠는가. 그들의 관계는 타인들에게 공적인 피해를 주며 손가락질을 받았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은 행동으로 남들에게 피해주었고, 자신들 역시 상처를 받았다.


회사 운영 오래 했지만, 절대로 <가족 같은 회사>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넘어 거의 불가능한 이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필요하다면, 사내 연애도 하고 동료끼리 선후배끼리 좋은 관계도 많이 유지하자. 그렇게나마 이 힘든 조직생활의 고통을 잠시 잊어보고 일과 중 웃어보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선을 지키고, 남을 지키고, 나를 지키는 정도의 적당한 관계를 맺는 것이 어떨까. 누구도 상처받지 않을 그 정도의 관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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